홀로된 박근혜, 끝까지 홀로 설까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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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불리기 실패해 ‘왕따’당할 판…한나라당 ‘복당 구애’ 일단 거부
지난 4월1일 오후 1시, 박근혜 의원은 대한항공을 이용해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동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하는 한반도 문제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이 방문 목적. 6일 귀국할 예정이다. 박의원이 없는 서울에서는 복당론(復黨論)이 퍼지고 있다. 그녀는 한나라당으로 돌아갈까.






한나라당이 박의원 복당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박의원은 최소 100만 표를 움직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대중 정치인이다. 또 박의원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 한나라당 경선도 민주당 경선처럼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게다가 박의원은 TK(대구·경북)에 정치적인 기반을 두고 있어 영남권에 불고 있는 ‘노무현 바람’을 차단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말 그대로 일석삼조(一石三鳥)인 셈이다.



현재 한나라당에서 박의원 복당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는 박관용 총재권한대행이다. 그는 박의원이 영국에서 귀국하는 대로 만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 2월28일 박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직후에 만나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강재섭·김만제 의원도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강의원은 대구시지부장이고, 김의원은 진작부터 ‘TK 역할론’을 내세우며 박의원을 높이 평가해 왔다. 미래연대 대표인 이성헌 의원도 “회원 가운데 박의원이 복당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자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박의원이 귀국한 뒤 만나 이런 생각을 전할 계획이다.



사실 박의원이 탈당한 이후 정치 환경은 박의원이 홀로 서기에는 간단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우선 예기치 못했던 변수들이 잇달아 생겼다.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바람’이 몰아쳤고, 믿었던 민국당 김윤환 대표는 ‘영남후보 단일화론’을 주장하며 노무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정몽준 의원도 동참을 유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등 박의원이 주장했던 내용들을 거의 수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남 지역의 냉담한 반응은 박의원을 고민에 빠뜨렸다. <시사저널>이 지난 3월1일 영남 유권자 1천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탈당을 철회하고 이총재를 도와야 한다는 응답이 49.8%나 되었다. ‘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29.6%)를 훨씬 앞지르는 수치였다. 심지어 박의원의 지구당인 한나라당 달성지구당에서도 박의원을 따라 탈당한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런 지역 여론을 두루 탐색한 뒤 ‘박근혜 변수’가 생각보다 별 영향력이 없는 것 같다는 보고를 이총재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의원이 높은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전략 실패로 때를 놓쳤다고 분석했다. 탈당 직후 후속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정국에서 완전히 소외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회창 총재 주변에서는 달라진 주변 여건을 들어 박의원 복당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당장은 복당하지 않을지라도 지방 선거 이후 정국의 변화 가능성까지 내다보며 박의원에게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의원 본인은 복당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20%에 가까운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가에서는 박의원이 지방 선거 이후 신당을 창당해 어떤 식이든 일단 이번 대선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



어쨌든 한나라당이 복당을 추진함에 따라 박의원은 또 한번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 그리고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선 정국은 또 한번 요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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