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소견서, 오류는 많고 정보는 적고…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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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법의학자들 “시강 상태·발목 상처 등 사후 손상 가능성 크다” 추정


지난 2월 <시사저널>과 천주교인권위원회는 해외 법의학자 50여 명에게 최종길 교수 사건에 대한 자료를 보냈다. 당시 부검 사진과 부검 소견서를 요약한 것이다. 4월까지 모두 11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해외 법의학자들은 공통으로 ‘정보 부족’을 지적했다. 부검 소견서에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미야마 박사도 동일한 지적을 했다. 그는 1973년 김상현씨의 부검은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상현씨는 부검의 기본인 체중이나 직장 내 온도를 측정하지 않았다. 가미야마 박사는 “한국 법의학자들의 부검 수준은 후하게 점수를 주어도 100점 만점에 40점밖에 안된다”라고 말했다.


정보 부족뿐 아니라 오류도 제기되었다. 루마니아의 크리스티 쿠르카 박사는 “부검 소견서에 사망후 13시간이 경과했다는 기록과 무릎 아래 시강(시체 경직)이 남아 있다는 기록은 서로 맞지 않는다. 적어도 24시간 이상 경과했다”라고 답변했다. 미국의 빈센트 박사도 시강에 대해 언급했다. 보통 시체가 굳는 것을 뜻하는 시강은 턱에서 시작해 아래로 진행된다. 사후 10∼12 시간에 굳었다가 발생 순서대로 소멸한다. 부검 소견서대로 무릎 아래 시강이 남았다면 소멸되는 쪽으로 보아야 한다. 부검 소견서에 나타난 13시간20분은 시강이 무릎 아래까지 소멸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해외 법의학자들은 왼쪽 발목 상처에 관심을 나타냈다. 몇몇 법의학자는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공동 의견을 보내왔다. 루마니아 드레스럴 박사는 왼쪽 발목 상처를 사후 손상으로 보았다. 함부르크의 퓨셀 박사와 스퍼하케 박사도 유력한 사후 손상의 증거로 추정했다. 독일의 막스아이너 교수는 “사후 손상이다. 하지만 상처 부위를 물로 세척했는지가 중요하다.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라고 답변했다. 다른 법의학자들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추가 정보가 있으면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첫 단추부터 부실하게 채워진 부검 소견서를 이해하지 못했다.




해외 법의학자들의 지적에 대해 황적준 교수는 “아마도 신고 있던 양말을 벗기면서 핏자국이 묻어났을 것이다”라고 사후 손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왼쪽 발목뿐 아니라 양쪽 팔목 위의 골절 부위에 대해서도 사후 손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루마니아의 블라디미르 벨리스 박사는 “부러진 양 팔목 윗부분에서 응혈 반응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사후 손상 가능성이 높은 증거이다”라고 답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최교수 사건을 특이한(unusual)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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