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게이트’ 시한폭탄 재깍재깍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7.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재 총장, 제살 도려내기 칼 빼들어…김성환·이형택씨 관련 부분 가장 민감



검찰 조직이 태풍에 휘말렸다. 수사 중인 현안마다 검찰 간부들이 관련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도리어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
우선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 사건과 관련해 김진관 제주지검장이 서울지검 특수부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김지검장은 2000년 4월 ㅅ건설 대표 ㅁ씨로부터 차용증 없이 2억원을 빌렸다가 석달 뒤 1억원만 갚았다. 나머지는 재개발업체인 기양건설 로비스트 김광수씨(구속중)가 대신 갚아준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지검장이 김씨로부터 재개발 사업 등과 관련한 청탁을 받았다면 형사 처벌 대상이다. 김지검장은 그러나 사적인 거래 관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홍업씨 친구 김성환씨가 관련된 청탁 사건 처리를 놓고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검찰의 최고위급 간부가 김성환씨 청탁을 받고 새한그룹 부회장 이재관씨의 무역금융 사기 사건(서울지검 외사부), 만덕주택 사건(서울지검), 심완구 울산시장을 구속케 한 평창종건 내사 사건(울산지검)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1998∼2001년에 발생한 비리 3건과 관련해 당시 주임검사·부장검사·직원 등 9명을 소환 조사했고, 차장급과 검사장급 간부도 줄줄이 소환한다. 이들에게 “조사 중인 사건을 잘 살펴 처리하라”고 당부한 검찰 고위 간부는 현재 변호사 개업 중인 전직 검찰총수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김성환씨로부터 “홍업씨 소개로 대검 고위 간부를 접촉해 무역금융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재관씨와 뇌물공여 혐의로 내사를 받던 평창종건 등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김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당시 대검 고위 간부는 직권을 남용한 사법처리 대상이다.
이명재 총장의 ‘제살 도려내기’는 예정된 순서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각종 게이트 등장 인물들과 유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홍업씨 친구 김성환씨,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가 검찰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환씨는 지난해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가 이용호씨로부터 5천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신총장에게 알려달라고 이형택씨가 직접 부탁했을 정도로 신 전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학연·지연 얽혀 캘수록 의혹 증폭



이형택씨도 김씨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씨는 이용호씨가 구속되기 직전인 지난해 9월2일,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신승남 전 총장·이범관 서울지검장· 김대웅 광주고검장(당시 서울지검장)과 골프를 같이 쳤다. 지난해 5월에는 강남 메리어트호텔 중식당에서 이범관 서울지검장(당시 대검 공안부장)·신승남 전 총장(당시 대검 차장)을 만났고, 4월에도 이범관 지검장·김대웅 고검장(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접촉했다.



당시 신승남 대검 차장이나 김대웅 대검 중수부장은 검찰내 호남 인맥의 대부 격이었다. 김진관 제주지검장은 임휘윤 전 부산고검장의 이리 남성고 직속 후배이다. 이범관 서울지검장은 이형택씨의 고교 동기(서울사대부고)로 1998년 대통령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이명재 검찰총장은 지난 6월25일 대검 중수부에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정면 돌파’할 움직임을 보였다. 수사를 지휘하는 박 만 수사기획관과 김진태 중수부 2과장은 이명재 총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검찰 내부의 체감 온도가 뚝 떨어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