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우리 편 맞아?”
  • 이숙이 기자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2.07.2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 후보, 7·11 개각에 경악…재·보선 이후 전략 “암담”
"개각했어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기자들로부터 7·11 개각에 대한 논평을 주문받고 보인 첫 반응이다. 이날 후보 비서실에서는 ‘논평 없음’이라는 희한한 논평이 나왔다. 노후보가 이번 개각에 상당히 불만스러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그나마 순화된 것이다. 이날 아침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각 소식을 전해들은 김원기 후보정치고문은 다급하게 “후보부터 연결하라”고 비서진을 채근했다. 잠시 후 노후보가 전화로 연결되자 김고문은 “개각에 대해 말을 아꼈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노후보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할까 염려한 응급 조처였다. 대신 개각에 대한 노후보측 입장 표명에는 김고문이 직접 나섰다. 그는 문희상 대선기획단장·정동채 후보비서실장 등과 긴급 회의를 마친 후 “이번 개각이 노후보가 건의했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한 고위 당직자는 “청와대가 해도 너무 한다”라고 거들었다.


노후보가 청와대를 원망하는 이유는 이번 7·11 개각이 노후보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오히려 노후보에게 악재가 되는 개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DJ식 노무현 흔들기’ 음모론도 등장



우선 노후보가 7월4일 건의한 ‘중립 내각’ 요구가 완전히 무시당했다.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교체를 희망했던 행정자치부장관이 그대로 남았고, 그나마 교체된 법무부장관도 이미 DJ 정권에 몸을 담았던 인사다.
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보와 신 건 국정원장을 유임시킨 것은 두고두고 노후보의 선거운동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전·현직 국정원장이 김대통령의 둘째 아들 홍업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개각 전에 이미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유임되자 노후보 진영에서는 앞으로 안풍(安風)·세풍(稅風)을 공격거리로 삼기는 어렵게 생겼다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그나마 신선했던 여성 총리마저 자질과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자 노후보측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개각 당일 여성 총리 기용에 대해 “아는 바 없다”라며 시큰둥했던 노후보는 다음날 “어제 여성 총리 기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어야 했는데 조그만 불만이 있어 그러지 못했다”라며 태도를 바꾸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의미는 살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갈수록 개각 후유증이 커지면서 노후보측은 이제 인사청문회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을 경우 눈앞에 닥친 8·8 재·보선까지 악영향을 받을 것 같다. 도대체 청와대에 인사 검증 시스템이 있기는 있느냐.” 노후보 비서실의 항변이다.



아무튼 대통령 두 아들 수사 마무리와 개각으로 DJ 정권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을 기대했던 노후보측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따라서 8·8 재·보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노무현 대 이회창 대결 국면으로 전환하려던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렇듯 청와대가 노후보를 위해 뒤치다꺼리를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부담만 가중시키자 일각에서는 ‘음모론’까지 제기된다. 김대통령이 노후보를 민주당 후보에서 낙마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대통령이 노후보의 탈 DJ 행보를 돕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이제는 노후보가 DJ 정권을 아무리 비난해도 할 말이 없으리라는 얘기다. DJ 정권과 노후보가 갈수록 악연으로 치닫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