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끝에서 열리는 새해 아침
  • 사진 강운구 (사진가)·글 이문재 편집위원 ()
  • 승인 200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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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끝에서 바다의 시작을 바라봅니다. 한 해의 끝에서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것인데, 이번의 송구영신은 예년과 달라도 너무 많이 다릅니다. 이른바 메인 스트림의 뒷모습과 동시에 뉴 스트림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땅끝에서 마주하는 물결은 실로 여러 겹입니다. 50~60대가 물러나고 20~30대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올드(활자) 미디어의 영토 위로 뉴(사이버) 미디어의 해일이 덮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파도의 곳곳에서 ‘행동하는 네티즌’(<시사저널> 선정 2002 올해의 인물)의 젊고 힘찬 목소리가 들립니다.

지난 한 해를 거치며 네티즌들은 행동하는 네티즌으로 거듭났습니다. 봄에서 겨울까지, ‘노사모’와 붉은악마, 촛불 시위와 대통령 선거를 통과하며 네티즌들은 스스로 성년식을 거행했습니다. 아날로그의 수면 위로 디지털 세대가 떠올랐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의 문법을 뒤흔드는 시민 사회의 새로운 언어가 분명하게 들립니다. 한때 잡음이나 소음, 또는 사투리라고 불렸던 그 언어가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인프라를 토대로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송구영신은 결별이나 단절일 수 없습니다. 송구영신은 언제나 법고창신(法古創新)이어야 합니다. 낡은 것과 오래된 것은 같지 않습니다. 새것이라고 해서 늘 좋은 것이 아니고, 새것이 항상 새것일 수도 없습니다. 오래된 것 속에 인간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一) 생각을 바꾸면 한(大) 생각이 일어납니다. 보십시오. 땅 끝에서 돌아서면, 바로 그 자리가 땅의 시작, 땅의 맨 처음입니다. 또 보십시오. 땅과 바다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모든 바다가 연결되어 있듯이 모든 땅 또한 이어져 있습니다.

땅 끝에서 새삼 땅의 맨 처음과 만나는 새해 아침입니다. 송구영신을 법고창신으로 바꾸어 읽는 계미년 첫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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