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설비 매각 ‘검은 커넥션’ 드러나나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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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섭 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 등 5명 구속…여권 실력자 개입설 퍼져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심기섭 감사가 지난 9월17일 대구지검에 구속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뒤늦게 밝혀졌다. 심기섭 감사는 현재 대구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1985년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사무총장, 1990년 김대중 총재 비서실 차장을 지낸 심감사는 한국냉장 사장과 노량진수산시장 사장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로 재직해왔다. 그는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과 가까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심기섭 감사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삼성상용차 설비를 베트남 국영자동차업체인 빔(VEAM) 사에 매각하는 과정에 개입해 빔 사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에 사표를 제출했으나 아직 수리되지는 않은 상태다. 현정권 들어 공기업 감사가 구속되기는 그가 처음이다.

대구의 옛 삼성상용차 부지 18만2천평은 2000년 말 삼성상용차가 파산한 이후 2년간 방치되다가 2002년 10월 근저당권을 확보하고 있던 ‘KDB론스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가 1천9백24억원에 경매에 부쳤다. 그러나 두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해 11월 대구도시개발공사가 9백49억원에 낙찰받았다.

“검찰총장에게 보고된 ‘큰 건’이다”

당시 기계 설비의 감정가는 1백70억원이었다. 설비 매각에 나선 대구도시개발공사는 지난 4월 네 회사로부터 사업제안서를 받아 평가한 뒤 지난 6월3일 빔 사에 1백42억원에 설비를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업체가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그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우병우)가 지난 8월25일 삼성상용차 설비 매각 과정에 개입해 6억원을 받은 혐의로 베트남 빔 사의 한국측 대행업체 대표 한 아무개씨 등 2명을 구속하면서 삼성상용차 매각 로비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대구지검은 한씨말고도 이 사건과 관련해 대구도시개발공사 전 아무개 팀장, 부품업체 대표인 하 아무개씨도 구속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빔 사 국내 에이전트의 차명 계좌에서 수십억 원대 돈이 오간 흔적을 포착했다.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 뚜렷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이 돈이 대구시와 대구도시개발공사 관계자, 지역 정치권 유력 인사에게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는 투서가 검찰에 접수되었다. 사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큰 건이 될 조짐이 보이자 검찰총장에게까지 보고되고 대구지검 특수부 검사 여러 명이 사건에 투입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심기섭 감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인회 변호사는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이지 뇌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심감사가 받은 2억5천만원의 성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가 정부투자기관 감사로 있으면서 두 기업의 대표로 있었다는 사실은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감사로 있는 동안에도 육류를 수입해 판매하는 ㅂ사와 농산물 유통회사인 ㅅ사의 대표를 겸했던 사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육류 유통 사업이 어려워지자 ㅂ사 이름으로 빔 사의 에이전트 활동에 나섰다는 것이 그를 아는 한 인사의 설명이다.

심감사 구속이 ‘삼성차 설비 매각 로비 사건’의 끝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진작부터 대구 현지를 비롯해 서울 정보업계에서는 ‘여권 실력자 개입설’이 계속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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