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축출’ 신호탄 쏘았나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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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출판국장이 비판 칼럼 써…이미지 고려한 ‘짜고 치기’ 해석도
조선일보 송희영 출판국장이 지난 11월5일자 ‘金日成도, 朴正熙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월간 조선> 조갑제 대표를 강하게 비판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조선일보사 사장실장과 편집국장대우를 지낸 송국장은 방상훈 사장의 남다른 신임을 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송국장의 칼럼이 방사장의 뜻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송국장은 칼럼에서 ‘잔디광장으로, 체육관으로 몰려다니며 구국을 외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재자 유형의 리더를 갈망하는 분위기를 조장한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세력일수록 불황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자기들이 투표한 후보가 당선된 것처럼 반가워한다’며 조대표 등 극우 보수 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분명한 것은 조선일보 내에서 ‘신주류’로 불리는 송국장의 칼럼이 시대 흐름을 일정하게 반영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언론인 프레시안은 ‘조선일보 내에서 이미 위험 수위를 크게 넘어선 조갑제의 ‘이탈’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송희영 국장이 대표로 공개적으로 ‘조갑제 비판’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분석은 ‘조갑제 축출론’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송국장의 칼럼을 ‘조갑제 축출’을 위한 조선일보의 순서 밟기로 보는 것은 섣부르다는 것이 언론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조선일보 사정에 밝은 한 정보 소식통은 현단계에서 조대표 없는 <월간 조선>은 생각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강연회가 정말 못마땅했으면 <월간 조선> 지분의 85%를 갖고 있는 조선일보측이 사전에 중단시켰을 텐데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송국장의 칼럼이 보도된 날과 조대표가 강연회를 연 날이 겹치는 데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월간 조선>이 주최한 강연회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조선일보가 주최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강연회에 부담을 느낀 조선일보가 ‘전략적으로’ 치고 빠졌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10월4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수호 국민대회’는 1면에 크게 보도한 반면 <월간 조선>이 주최한 이번 강연회는 사회면 2단 기사로 짧게 처리한 것도 시사적이다. 큰 틀에서 볼 때 ‘짜고 치기’ 성격이 더 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내에서도 ‘시민운동가 조갑제’에 우려의 소리

그러나 조대표가 단순히 글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보수 세력의 ‘전사’로 활동하는 데 대해 조선일보 내에서도 우려가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3월 조선일보의 한 노조원은 노동조합 소식지인 노보에 ‘조대표의 글에서 기자가 아닌 시민운동가의 모습이 자꾸 연상된다. 홈페이지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는 기자로서 쓸 수 있는 한계를 넘지 않았나 의문이다. 보수가 개혁이나 진보에 대해 더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조대표에게 보내는 글을 썼다. 이에 대해 조대표는 노보에 ‘김정일 추종 세력과는 타협이 불가능하며 언론은 위기의 본질을 직시할 용기를 잃었다’고 반론했다. ‘조갑제’가 조선일보에서 하나의 화두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부사장대우가 최근 고문이 된 것을 송국장의 칼럼과 연결지어 ‘조선일보의 조갑제·김대중과 거리 두기’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김고문은 “지난 10월31일 정년 퇴직한 뒤 조선일보사와 1년 계약을 맺고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송국장은 10년 전 ‘선배 김대중’과 조선일보 노보에서 ‘선·후배 논쟁’을 벌여 언론계의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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