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 뜨는 추미애, 펄펄 나는 강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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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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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능력·친화력 겸비, 차세대 리더로 거론돼…노무현 시대 대표적 라이벌
참여 정부 들어 가장 잘 나가는 두 여성,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추미애 의원이 최근 잇단 소신 행보로 화제에 오르고 있다. 신당 논란 과정에서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추의원은 5월 말께부터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www.chumiae.or.kr) 에 ‘대통령님께 드리는 편지’ ‘민주당 당무회의에 부쳐’처럼 민감한 이슈를 다룬 글을 잇달아 올리며 정치적 발언을 재개했다. 그녀는 지난 6월5일 국민대 ‘목요 특강’에 참석해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홈페이지 편지 글에서 이미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를 실명으로 거론하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버리려고 했던 분들은 이제라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던 추의원은, 이 날 강연에서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하되, 신당을 추진하는 당내 신주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이들이 ‘선명한 개혁성’을 내세우는 이미지·이벤트 정치에 연연하는 바람에 구주류로 하여금 반격할 빌미를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추미애는 대통령 공격, 강금실은 대통령 옹호

나아가 추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정 분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며 최고 통치자의 결단을 촉구했다. ‘영남 60석 대 호남 30석의 구도가 온존하는 한 지역주의 구도는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대통령이 적극 개입해, 내년 17대 총선에서는 기존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할지라도 18대 총선부터는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추의원은 지난 5월28일 ‘참여 정부 몇 달 만에 한국의 외교 정책은 실종되었고, 그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수긍하는 숙명론만 있다는 느낌’(대통령님께 드리는 편지)이라며 방미 외교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또다시 대통령을 걸고 넘어진 셈이 되었다. 그녀는 나아가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날 망월동 묘역을 찾은 것에 대해서도 ‘광주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의원이 국민대에서 특강하던 그 시각, 강금실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한바탕 입씨름을 벌였다. 김의원이 제기한 대통령과 그 측근의 비리 의혹에 대해 강장관은 “대통령이 거짓으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정치인의 지위를 이용해서 특혜를 받거나 비리를 할 분이 아니라는 신뢰를 갖고 있다. 그 신뢰가 모든 국민과 공유되기를 바란다”라며 대통령을 철벽처럼 감쌌다.

결과적으로 같은 날 같은 시각 한 여성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다른 한 여성은 옹호벽을 쌓은 셈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사람이 한때 같은 배를 탈 뻔했다는 사실이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한 추의원(사시 24회)은 당시 자신의 법조계 선배였던 강금실 장관(사시 23회)을 함께 끌어들이려 애썼다고 한다. 그 뒤 대선 후보 토론회 같은 데서 패널 대 후보 수행원으로 만났을 때도 추의원은 강장관에게 “지금이라도 (우리한테) 오시죠”라고 농담을 건네곤 했다.

그러나 현정권 들어 두 사람의 처지는 크게 달라졌다.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던 쪽은 추의원이다. DJ의 총애에 힘입어 성장했다지만 이른바 이문열 파동으로 상징되듯 언론과의 일전을 불사하는 선명성과 ‘돼지 엄마’로서 대선 현장을 누비는 돌파력을 보여주며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추의원은 그 덕분에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런 추의원 앞에 난데없이 등장한 초강력 라이벌이 강금실 장관이다.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으로서, 대중 앞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강장관은 장관에 임명된 지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이면서 개혁 성향 법무부장관이 탄생한 데 대한 우려와 장탄식이 검찰과 일부 언론을 뒤덮었던 초창기부터 강장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지지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부처별 장관 인사 평가)였다는 것이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나아가 추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정 분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며 최고 통치자의 결단을 촉구했다. ‘영남 60석 대 호남 30석의 구도가 온존하는 한 지역주의 구도는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대통령이 적극 개입해, 내년 17대 총선에서는 기존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할지라도 18대 총선부터는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추의원은 지난 5월28일 ‘참여 정부 몇 달 만에 한국의 외교 정책은 실종되었고, 그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수긍하는 숙명론만 있다는 느낌’(대통령님께 드리는 편지)이라며 방미 외교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또다시 대통령을 걸고 넘어진 셈이 되었다. 그녀는 나아가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날 망월동 묘역을 찾은 것에 대해서도 ‘광주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의원이 국민대에서 특강하던 그 시각, 강금실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한바탕 입씨름을 벌였다. 김의원이 제기한 대통령과 그 측근의 비리 의혹에 대해 강장관은 “대통령이 거짓으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정치인의 지위를 이용해서 특혜를 받거나 비리를 할 분이 아니라는 신뢰를 갖고 있다. 그 신뢰가 모든 국민과 공유되기를 바란다”라며 대통령을 철벽처럼 감쌌다.

결과적으로 같은 날 같은 시각 한 여성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다른 한 여성은 옹호벽을 쌓은 셈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사람이 한때 같은 배를 탈 뻔했다는 사실이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한 추의원(사시 24회)은 당시 자신의 법조계 선배였던 강금실 장관(사시 23회)을 함께 끌어들이려 애썼다고 한다. 그 뒤 대선 후보 토론회 같은 데서 패널 대 후보 수행원으로 만났을 때도 추의원은 강장관에게 “지금이라도 (우리한테) 오시죠”라고 농담을 건네곤 했다.

그러나 현정권 들어 두 사람의 처지는 크게 달라졌다.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던 쪽은 추의원이다. DJ의 총애에 힘입어 성장했다지만 이른바 이문열 파동으로 상징되듯 언론과의 일전을 불사하는 선명성과 ‘돼지 엄마’로서 대선 현장을 누비는 돌파력을 보여주며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추의원은 그 덕분에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런 추의원 앞에 난데없이 등장한 초강력 라이벌이 강금실 장관이다.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으로서, 대중 앞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강장관은 장관에 임명된 지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이면서 개혁 성향 법무부장관이 탄생한 데 대한 우려와 장탄식이 검찰과 일부 언론을 뒤덮었던 초창기부터 강장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지지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부처별 장관 인사 평가)였다는 것이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문화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강장관은 정동영(21.2%)·한화갑(10.4%)·정대철(8.1%) 의원에 이어 신당 대표로 적합한 인물 4위(7.1%)에 꼽혔다. 추미애 의원(5.4%)이 바로 그 뒤를 이었다. 공직 경력이라고는 3개월에 불과한 강장관이 차세대 정치 지도자감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래저래 정치 선배 격인 추의원으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은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법조계 출신으로서 자기 분야에서 유능함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닮았고, 논리적인 언변과 당찬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평소에는 유연하고 다감하다가도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국민 앞에서 스커트를 입은 채 다리를 꼬면 되겠느냐’ 따위 시비를 걸어오면 ‘결례였다면 사과하겠다’며 한 올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답변하는 것이 강장관 스타일이다. 강장관은 최근 어린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된 피고인이 석방된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의 가부장성’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과단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추의원 또한 당무회의나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자기 소신을 끝까지 관철하는 대찬 면모로 정평이 나 있다. 여성 판사를 형사 재판부 쪽에 배치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통용되던 시절, 추의원이 인사를 앞두고 부장판사를 찾아가 “저는 형사 몇 단독인가요?”라고 당돌하게 물었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대중 친화력 또한 상당하다. 정치인으로서 강력한 플러스 요소라 할, 매력적인 외모와 재치 있는 말솜씨를 갖춘 강장관은 ‘전통 춤을 즐기는 장관’ ‘동료 법조인보다는 문인·예술가와 교유하기를 더 즐기는 장관’으로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미 총선을 두 차례 치른 추의원은 재치 있는 유머와 대중을 쥐락펴락하는 연설 솜씨로 이름이 높다.

물론 차세대 리더로 자리잡기에는 두 사람 모두 부족한 점이 아직 많다. 강장관은 정치 경험이 일천하고, 추의원은 이번 신당 추진 과정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점수를 많이 잃었다. 한 신주류 의원측은, 추의원을 자기 희생 없이 시류에 편승하려는 약삭빠른 정치인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추의원은 이런 비난에 개의치 않는다는 자세로 ‘통 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추의원은 ‘대통령님께 드리는 편지’ 후속편도 띄울 계획이다. 그녀가 이처럼 대통령을 겨냥한 문제 제기를 계속하자 일각에서는 ‘추미애가 급기야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진실이 어찌되었든 여성 의원 비율이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아우성치던 몇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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