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윤여준을 원했나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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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참모’이자 최병렬 ‘동지’…기획력 탁월해 중용돼
윤여준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1급 참모이자, 이씨와 경쟁 관계였던 최병렬 대표의 ‘동지’(윤의원 자신이 이렇게 불리기를 원한다)이다. 이 때문에 최대표와 이씨가 갈등하는 와중에 윤의원은 남모르게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다.

윤의원이 여의도연구소장에 내정되자 정치권에서는 그가 이씨와 최대표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불거졌다. 그러나 윤의원은 “세간에서 보는 것처럼 두 분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라며 이를 일축했다. 이씨가 지난 7월 말 빙모상을 계기로 귀국했을 때도, 여러 사람에게 최대표를 도우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윤의원이 최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6공 초인 1988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던 최대표가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윤의원을 정무비서관으로 발탁하면서다. 최대표는 당시 5공 청산을 하겠다면서 어떻게 5공 때 의전비서관을 지낸 인물을 쓰느냐는 내부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윤의원을 발탁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후 일을 같이 하면서 정신적인 유대를 맺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최대표는 좀처럼 사람을 챙기지 않는 성격이지만, 윤의원만큼은 언제나 예외였다.
윤의원은 “최병렬 대표는 인생의 커다란 고비에서 내게 큰 길을 열어준, 평생 고마움을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국익이나 공익에 해로운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니, 그가 하자고 하는 일은 몸을 던져서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라고 말한다. 알려진 것 이상으로 최대표와 윤의원이 단단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윤의원은 최대표가 일에는 아주 냉혹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친해도 일로 마주 앉으면 찬바람이 쌩쌩 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을 떠나면 절대로 아랫사람을 피곤하게 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표와 윤의원의 관계는 15년이 넘은 반면 이회창 전 총재와 윤의원의 관계는 5년 남짓밖에 안되었다. 이씨와 윤의원은 이씨가 1998년 1월 말 설날 연휴 때, 당시 환경부장관으로 있던 윤의원에게 사람을 보내면서 인연을 맺었다. 1997년 대선에서 패한 뒤 칩거하고 있던 이씨는 윤의원에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획력 있는 사람을 널리 물색했더니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윤장관을 추천했다며, 좀 도와 달라고 말했다.

장관을 그만두면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던 윤의원은 이로 인해 ‘팔자에 없는’ 정치권에 입문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후 힘을 합쳐 2000년 총선 때 김윤환·이기택 씨 등을 낙천시키는 ‘개혁 공천’을 주도했다. 이와 관련해 윤의원은 지금도 “양심이나 역사에 부끄러운 생각은 전혀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씨가 그 이후 개혁적인 기조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근본 원인이라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처지에서 이씨가 개혁적인 모습을 안 보인 데 대한 실망감이 있었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씨가 올 초 정계를 은퇴하면서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를 주문했던 것도 이에 대해 때늦게 후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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