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이회창의 선택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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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5일께 귀국 예정…한나라당 개혁에 개입할지 관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10월25일께 귀국한다. 당초 11월이나 12월 초쯤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을 앞당겼다. 이씨의 귀국이 빨라진 표면적 이유는 집안 문제 때문이다. 이씨의 측근인 이종구 전 공보특보는 “부친 1주기가 10월31일이어서 그에 앞서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이씨의 또 다른 측근은 ‘10월25일’이라며 입국 날짜를 특정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이어서 그의 행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10월 중순부터 한나라당 내 소장파와 중진 그룹이 ‘물갈이’를 놓고 일대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여 이씨의 귀국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대공세’ 벌일 때 귀국

지난 7월15일 빙모상을 당해 일시 귀국했다가 8월2일 출국한 이씨는 현재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이씨는 현지에서 박사급 인력을 채용해 연구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아들 정연씨 내외가 가끔 들를 때 외에는 독서 등으로 소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출국한 뒤에도 국내에 머물렀던 부인 한인옥 여사도 9월6일 출국해 이씨와 합류했다.

이씨의 ‘10월 귀국’이 영구 귀국이 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씨의 비자는 내년 2월에 만료되고, 일정대로라면 내년 1월쯤 연구 활동이 끝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그가 귀국했을 때 ‘연내 조기 귀국설’ ‘내년 2월 귀국설’ 등으로 전망이 갈렸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추측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은 대체적으로 내년 2월 귀국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씨의 측근인 이흥주 전 특보는 “이씨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내년 2월 이후 귀국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조기 귀국은 막내 아들 수연씨의 결혼과도 관련이 깊다. 현재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수연씨는 10월 말이나 11월 초 결혼식을 올리는데, 친지들을 초청해 성당 같은 곳에서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다. 수연씨 결혼 상대는 사업을 하는 집안에서 자란 전문직 여성이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신상은 드러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중매가 아닌 연애 결혼이다.

지난 9월18일 저녁 9시30분, 미래연대 사무실에서 모인 남경필 오세훈 원희룡 정병국 등 한나라당 소장파 초선 의원 7명은 당내 개혁 작업을 힘있게 밀어붙이기 위해 재선 그룹과 광범위한 물밑 연대를 하기로 했다. 국정감사(국감) 기간에 전열을 정비해 국감 직후부터 당내 수구 보수 세력에 대한 일대 공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국감이 끝나는 10월11일 이후 한나라당은 격변에 휘말릴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이때 이씨가 귀국하는 것이다.

이씨는 대선 패배 이후 정계를 은퇴하면서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를 강도 높게 언급했고, 지난 7월 귀국해 의원들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선 때 윤여준 의원 등 당내 온건 개혁파를 중용하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이유를 들어 일각에서는 이씨가 최병렬 대표와 힘을 합쳐 한나라당 개혁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른바 ‘이회창 세력’은 최대표와 일정한 거리를 둔 사람이 많다. 지난 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이들은 대부분 서청원 의원을 도왔다. 이흥주씨나 이원창 의원 등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는 직계 인사들도 제법 있고,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는 인사 가운데 이씨와 친한 사람도 많다.

물갈이를 하려는 쪽과 당하는 쪽, 개혁하려는 쪽과 버티려는 쪽, 두 세력의 접점에 이씨가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10월 귀국’ 때는 어떻게든 이씨를 활용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이씨의 귀국 이후 행보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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