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에도 여야 갈등 있다?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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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초생활보장제’ 설문하고 민주당 이종걸은 “합격점”, 한나라당 윤여준은 “낙제점”
여야 의원 2명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관해 일선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으나, 판이한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부의 국정 목표인 생산적 복지 정책의 토대를 이루는 사업. 공공 부조 대신 자활에 역점을 둔 생산적 복지를 국정 목표로 삼으면서, 여기서 탈락한 사람들과 소외 계층은 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해 구제한다는 취지로 입안되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임시국회에서 기초생활보장법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10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지난 9월5일부터 2주간 전국 7대 광역시와 안양 지역에 근무하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1백2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은 9월1일부터 15일간 서울·충남·경북 지역에 근무하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4백2명을 조사했다. 여당인 이의원측이 기초생활보장법을 생산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도출하고자 했다면, 야당인 윤의원측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실시 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고자 하는 취지였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두 설문조사 모두 비슷한 주제들을 다루었다.

이의원의 조사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우리 사회의 복지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다수(77.2%)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또한 수급권자 생계보장 면에서도 기존 생활보장제도에 비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83%,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곤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이 44.1%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의원은 “기초생활보장법 시행이 복지 수준 향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또한 복지병이 만연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는 자활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윤의원의 설문조사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이냐는 질문에 28%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또한 수급 대상자 선정 및 조사 과정이 불공정·부정확했다(80.6%), 현정부의 복지정책 점수는 60점 이하(76.55) 등 부정적인 응답이 주류를 이루었다. 윤의원은 이에 대해 “정부의 잦은 지침 변동, 선정 기준의 모호성, 시간 부족 등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정착이 어려울 전망이다. 전담 공무원들조차 성공 여부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상반된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두 의원실 관계자들은 ‘객관적인 조사 결과이고 일치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측의 조사 결과를 비교한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설문을 어떻게 만드느냐와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일부 문항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특히 ‘윤의원측의 몇몇 설문은 설문 조사의 ABC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대상자 선정 조사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그렇다, 약간 문제가 있다, 매우 문제가 있다’라는 세 가지 보기만 제시할 경우 부정적인 응답이 많아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의원들의 여론조사 붐은 올해 국정감사의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실이 외부 여론조사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 설문지 돌리기·방문 조사 등 주관이 개입할 가능성이 큰 조사 방법도 문제다. ‘정치인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결과도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객관성을 유지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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