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지대 충북 민심 “좀더 두고 보자”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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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에 대한 섭섭함은 여전…현재까지는 자민련-한나라당 양당 구도
충북은 같은 충청권이면서도 대전·충남에 비해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영향권에서 반 발짝 정도 떨어져 있다. 지난 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충북 지역 8개 선거구 중 다섯 곳에서만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신한국당이 두 곳, 무소속이 한 곳을 차지했다. 비자민련 후보의 상대적 강세는 ‘현재까지는’ 이번 총선에서 좀더 힘을 얻을 것으로 관측되며 따라서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5 대 5로 팽팽히 맞서게 되리라는 것이 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현재까지’라는 단서를 단 것은 물론 JP 바람을 염두에 두어서다. 충남보다는 덜해도 이곳 역시 JP에게서 자유스러울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자민련 충북도지부 관계자는 “이곳도 역시 충청도 아니냐”라는 말로 은근히 JP 바람을 기대했다. 이 점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JP 바람만 막을 수 있다면 과반수 확보도 가능하다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은, 역으로 JP 바람이 불면 절반은커녕 현재의 2석을 지키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과연 JP 바람이 이곳에도 불 것인가. 현재까지는 부정적인 시각이 조금 우세하다. ‘충북 소외론’과 ‘JP에 대한 섭섭함’이 아직은 민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서운한 감정은 지난해 연말 충북 지역 자민련 소속 시·도 의원 전원이 자민련을 탈당하면서 표면화했다. 탈당의 발단은 이른바 ‘오송역 사태’. 호남 고속전철의 출발역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충남·북이 지역 대결을 벌였는데, 건교부가 충남쪽 손을 들자 충북에서는 궐기대회가 연일 이어졌다. 당시 김종필 총리와 이건춘 건교부장관이 모두 충남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오송역 사태는 충남·충북간 소지역 갈등의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이 지역 인사들은 오송역 문제가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LG반도체 이전, 충북은행 퇴출, 담배인삼공사 청주제조창 부여 이전도 충북을 홀대한 소재들로 얘기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JP와 자민련에는 부담이다.


막판 변수는 역시 JP 바람

이 지역을 휘감고 있는 JP에 대한 섭섭한 감정 때문에 자민련은 아직까지 충북 지역 선거 전략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자민련 충북도지부 유철웅 사무처장은 “선거는 다가오는데 자민련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어 당혹스럽다”라고 말했다.

공동 정부의 다른 축인 민주당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 연말 한 언론의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13%로 3개 정당 중 1위를 차지했다(자민련 11%, 한나라당 10%). 그러나 66%가 부동층인 상태에서 정당 지지도 1위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이곳 민주당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인물 면에서도 다른 당에 비해 열세라는 점을 인정한다.

공동 여당에 비한다면 한나라당은 여유가 있다. 영입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최소한 세 곳 이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충북의 선거구는 7개. 진천·음성과 괴산이 통합되면서 15대에 비해 하나가 줄었다. 자민련은 청주 상당(구천서 의원)과 충주(김선길 의원)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고, 자민련 내부 공천 싸움이 변수인 보은·옥천·영동(어준선 의원, 박준병씨)과 진천·음성·괴산(김종호·정우택 의원)에서도 무난히 의석을 챙길 것으로 낙관한다. 한나라당은 청원(신경식 의원)과 청주 상당(한대수·김현수), 청주 흥덕(윤경식), 진천·음성·괴산(이충범)에서 해볼 만하다고 본다. 반면 민주당은 충주(이원성)와 보은·옥천·영동(이용희) 두 곳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까지는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팽팽한 접전 양상. 그러나 충북 지역도 막판 변수는 역시 JP 바람이 얼마나 불 것이냐에 달려 있다. 이 지역의 한 언론인은 “영·호남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석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순간 이곳에서도 JP 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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