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 홍성우 남궁석 이상룡 정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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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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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개혁 칼자루 쥔 홍성우 의욕만큼 성과 일궈낼까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장 홍성우 변호사가 공천 심사 과정에서 매우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홍변호사가 위원장으로 임명되었을 때만 해도 당내 일부에서는 구색 맞추기라거나 이회창 총재의 대리인 노릇을 할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홍변호사는 역시 외부 인사로 참여한 이연숙씨와 함께 공천 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비교적 뚜렷하게 내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시민단체의 낙천 운동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전체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홍변호사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수용하도록 하겠다. 범위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대의명분에는 심사위원들이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변호사는 당내 사정에 밝지 않아 들러리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들러리 정도나 하려면 그만둘 것이라고 반박하고 “적어도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물들이 많이 공천 받도록 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386’에 밀린 ‘475 세대’ “우리도 젊은 피인데…”

‘뜨는 30대, 한번 떠보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40대.’ 공천 심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갔다. 학생운동 출신 386 세대가 정치권에 속속 안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들의 선배 세대인 40대 개혁 세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학생운동권 후배들의 무료 변론을 집중적으로 맡아온 임종인 변호사(성동)가 절친한 후배인 임종석 전 전대협 의장에게 밀렸고, 이석형 변호사(은평 을)도 오영식 전 전대협 의장과 힘든 대결을 했다. 유기홍 전 민화협 사무총장(동대문 을)은 출마를 포기했다. 급격히 밀어닥친 ‘386 붐’에 선배들이 치인 꼴이다. “우리 40대는 그동안 50∼70대 선배들로부터 ‘아직 기회가 많다’며 신인 취급을 받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검증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밀려나고 있다.” 임변호사는 이렇게 당혹감을 드러냈다.
발등에 불 떨어진 민주당 현직 장관들에 ‘총선 징집 영장’

오는 총선에서 중부지역 압승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민주당이 현역 장관들에게까지 ‘징집 영장’을 발부했다.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오른쪽 사진)과 이상룡 노동부장관(오른쪽 위 사진)에게 지역구 출마를 위해 2월11일 장관 직을 사퇴토록 한 것. 출신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이들은 지난 1·13 개각 때도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끝내 이들에게 출사표를 받아냈다. 이상룡 장관은 강원도 춘천에, 남궁석 장관은 경기도 용인에 출전할 계획이다.이들 중 남궁장관은 최종 순간까지 총선 출마가 썩 내키지 않았던 듯하다. 그동안 당으로부터 정계 진출 권유에 시달려 왔지만 그는 ‘장관 직을 물러난 후에는 벤처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라는 말로 완강하게 정치에 선을 그어 왔다.

민주당은 이들을 경기도와 강원 영서 지역에서 바람몰이의 핵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혼전에 빠진 수도권에만 의지해서는 제1당 만들기라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론도 대두된다. 집권당이 선거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국정의 연속성과 내각의 안정성은 뒷전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천 없으면 당도 없다? 탈당 첫 테이프 끊은 정한용

탈당. 공천 시즌이 돌아오면 단골 손님처럼 번지는 돌림병이다. 16대 총선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현역 의원은 민주당 정한용 의원(구로 갑). 정의원은 공천 탈락이 확실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2월11일 “뭐가 원칙이고 뭐가 개혁인지 모르겠다”라면서 민주당을 탈당했다.

탤런트 출신인 정의원은 1992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 텔레비전 찬조 연설원으로 활약했고, 그 때문에 방송사 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96년에 금배지를 단 이후에도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대중 집회에 손님을 끌어들이는 얼굴 마담으로 맹활약해 왔다. 그런 만큼 선거 공신인 자신을 이렇게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 정의원의 인식이다.

하지만 당 고위 관계자들은 정의원의 반발 탈당과 당 비판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그의 공천 탈락 배경을 지역구 사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너무 낮게 나타났고 의정 활동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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