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이경의 이종찬 이인구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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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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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의씨 ‘밍크 코트’ 반격은 또 다른 내조의 표현?

한나라당 이기택 전 총재권한대행의 부인 이경의씨는 정치권에서 탁월한 정치 감각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이씨는 남편이 여러 차례 정치적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결정적 조언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다른 정치인과의 직접 접촉도 마다하지 않은 활동적 성격의 소유자이다. 92년 대선 때는 보라매 공원 유세에서 김대중 후보 지원 연설에 나서 DJ로부터 ‘일등 공신’ 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런 이씨가 이번에는 고급 옷 로비 사건을 둘러싸고 김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고급 옷 로비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난 뒤 이씨가 ‘김태정 장관의 부인 연정희씨에게 전달된 밍크 코트가 호피 무늬 한 벌이 아니라 세 벌이며, 모두 1억원 어치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언론사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이씨의 이런 공개 발언은 어느 정도 계산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학교 후배인 이형자씨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김태정 장관에게 전달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이씨의 발언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그가 DJ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이경의씨의 발언이 틀어질 대로 틀어져 버린 이기택씨와 DJ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로 돌아간 고기’ 이종찬 물소리 죽이며 총선 향해 돌진

‘고기가 물을 만났습니다’. 최근 이종찬 전 국정원장에게 배달된 커다란 난 화분에 걸린 인사 문구다. 보낸 이는 이씨 종중으로, ‘고기’란 이씨를, ‘물’이란 정치권을 의미한다. 이씨측은 화분을 받자마자 슬그머니 리본을 떼어냈다. 그렇잖아도 이씨의 당 복귀를 잔뜩 경계하고 있는 정치권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이씨는 당분간 언론 접촉도 피할 작정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향한 그의 준비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우선 국민회의 당사 바로 옆 건물에 개인 사무실을 마련했다. 당직을 맡기 전까지 그의 모든 공식 업무는 이 사무실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는 또 오랜 지역구인 종로구 가회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같은 빌라에 살던 이회창 총재가 송파로 떠나는 바람에 당장 두 사람이 마주칠 일은 없어졌지만, 내년 총선에서 두 사람이 극적으로 맞붙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인 배제 원칙에 따라 국정원장에서 조기 퇴진한 이씨. 물 만난 고기가 어떻게 뛰놀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흥은행 본점 이전’ 팔걷은 이인구 지역구 챙기기 ‘오버 액션’눈총

대전이 지역구인 자민련 이인구 부총재가 조흥은행 본점을 대전에 유치하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부총재는 조흥은행 본점 대전 이전 방침이 지지부진하자 얼마 전 금융감독위원회·재경부·총리실 등에 건의문을 보내 ‘본점을 조속히 대전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는 괜히 로비설에 휘말릴까 봐 쉬쉬하고, 예기치 않은 공동 여당 중진의 민원을 받아든 재경부 역시 ‘번지를 잘못 찾았다’는 반응이다.

이부총재는 지난번 5개 은행 퇴출 과정에서도 충청은행을 살리기 위해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을 동원해 관계 기관에 로비를 하고 다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너무 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분서주하던 이부총재가 이번에도 선거구 확대를 앞두고 지역 민원을 너무 챙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영환, 연청 회장 맡고 DJ 깊은 뜻 헤아리기 고심

국민회의 김영환 정세분석위원장이 야당 시절부터 외곽 청년 조직으로 DJ를 도운 ‘새시대 새정치연합 청년회’(연청) 회장을 맡는다. 연청은 6월20일 전국 대표자 회의를 열고 김의원을 회장에 추대할 예정이다. 물론 김의원의 회장 취임은 DJ가 결정한 일이다.

연청은 DJ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80년에 만든 청년 조직. 역대 회장으로는 정균환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옥두·남궁진 의원과 문희상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이 거쳐갔다. 썩 빛나는 자리는 아니지만 역대 회장의 면면으로 볼 때 ‘이력’에 보탬이 안되는 자리도 아니다. 그러나 당 정세분석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의원으로서는, 찜찜한 구석도 없지 않다. 우선 97년 대선을 통해 30만 회원 규모로 비대해진 연청 조직을 대폭 정비해 정예화해야 한다. 어쨌든 원망을 살 수밖에 없는 시점인 것이다. 그렇다고 연청이 젊은 피를 수혈하는 통로 구실을 할 것 같지도 않다. 20년 가까이 조직이 굴러오면서 어느덧 ‘구 정치’ 이미지가 덧씌워진 탓이다.

김대통령이 연청을 맡긴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는 김의원은, 여러 모로 생각이 복잡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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