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김기춘 권노갑 박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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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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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보수 전도사’ 김기춘
보안법 문제 등에 강경 목소리

그동안 의정 활동이나 당내 문제와 관련해서 두드러지게 활동하지 못했던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이 최근 남북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보수 전도사’로 나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의원은 법조인 출신답게 특히 법령 개폐 문제와 관련해서 ‘보수 소신’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3일 남북 문제에 관한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는 “북한 형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무장을 해제하는 꼴이다”라면서 폐지 불가론을 펼쳤다. 북한 노동당 규약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연계하자는 기존 주장에서 강경 쪽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주장이다. 당의 정책위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의원은 얼마 전 목요상 정책위의장이 헌법 3조의 영토 조항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을 때도 “영토 조항 개정은 시기상조이며 분단 고착화를 명문화하는 일이다”라고 곧바로 반박했다.

이러한 김의원을 두고 당내 소장 그룹에서는 그나마 막무가내식 보수와는 달리 합리적 근거를 갖춘 보수주의라는 평과, 과거 정권의 검찰 출신이어서 ‘공안적 시각’이 너무 강한 것 아니냐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총재 한번 만나기 힘드네”
한국노총, 한나라당 무성의 성토

“도대체 정치인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모르겠다.” 최근 한국노총측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면담을 추진했다가 시간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않자 이같은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노총 이남순 신임 위원장·조천복 신임 사무총장·이용득 금융노련 위원장은 지난 7월7일 금융 구조 조정과 관련해 정치권의 입장을 확인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민주당 서영훈 대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만날 예정이었다. 이 날 한국노총 간부들은 민주당 서대표를 1시에 당으로 찾아가 만났으나 한나라당 이총재와는 약속이 잡히지 않았다. 노총측이 4시에 만나자고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이 2시 이외에는 시간이 없다며 나중에 만나자고 했고, 그 이후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금융노조 파업 문제가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총재측이 노동계와의 대화에 너무 무성의한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노총은 한나라당측이 신문의 가판 마감 시간에 맞추어 면담 시간을 잡을 수 없게 되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권노갑 ‘음지 탈출’ 좌절
몰락 신호인가, 전화 위복인가

민주당 권노갑 고문의 ‘양지행’이 또 한번 좌절했다. 권고문은 6월7일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출마 발표가 ‘자의’라고 말했지만 기자회견 내내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이로써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양갑 내전’은 한화갑 의원의 승리로 마감되는 모양새이다. 권고문이 음지의 실세로 되돌아간 반면, 한화갑 의원은 동교동계의 유일한 법통 계승자로서 위상을 다지게 되었으며, 이내 홀로 서기 실험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불출마가 권고문의 몰락으로 이어질까? 민주당 내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몰락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측은 이번 불출마 선언으로 권고문이 더 이상 절대 권력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말한다. 동교동계의 힘의 균형추가 한화갑 의원에게 넘어간 이상 권고문이 이전 같은 막강 실세의 위상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권고문이 총선에 연이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발언권의 ‘도덕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도 있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욕심을 버린 이상 경선의 막후 조정자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네스북> 오른 박광태
최고 득표율 신기록에 담긴 뜻은?

민주당 박광태 의원이 한국 정치 역사에서 최고 득표율을 올린 국회의원 당선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박의원이 15대 때 기록한 득표율 92.7%는 16대 총선에서도 깨지지 않았다. 세계 기네스 월드 레코드와 기네스 한국위원회는 박의원의 기록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고 기록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정확히 조사해 세계 기록으로도 인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6월5일 정식 기록 인증서를 받은 박의원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은 개인적인 영광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라는 지역 주민의 성원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박의원의 ‘영광’ 이면에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 박의원의 지역구는 광주 북 갑. 지역 구도로 철저히 나뉜 한국 정치의 어두운 면이 세계적으로 ‘공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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