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비서실 개편...언제 어떻게?
  • 崔 進 기자 ()
  • 승인 1999.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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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수석실 확대·강화…민정수석실 부활 여부 주목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해 온 참모진이 집권 1년 만에 바뀌는 셈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권력의 핵인 동시에 대통령의 머리이자 팔다리라는 점에서 이번 비서실 인선은 최고 통치권자의 정국 구상과 권력 판도의 맥을 읽게 해 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비서실 개편은 대통령 취임 1주년(2월25일)을 맞이해 2월 말까지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개편 골격이 빨리 잡히고 내용 일부가 언론에 공개됨에 따라 예정보다 앞당겨 빠르면 1월 말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개편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개편이 어느 정도 폭과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지, 또 누가 새로 기용될지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시쳇말로 며느리도 모른다”라면서 개편 구도를 궁금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비서실 개편은 김중권 비서실장이 주도해 철저한 보안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대통령 비서진 인사라는 특수성과 함께 수석비서관들도 개편 대상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석비서관 6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된다느니, 1급 이하 비서관의 절반 이상이 교체 또는 조정된다느니 하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요즘 청와대는 한마디로 태풍 전야와도 같다.

이번 청와대 개편은 전체적으로 대폭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사람은 많이 바꾸되, 기구 개편은 중폭 내지 소폭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올 연초만 해도 대폭 개편설이 정설이었으나 최근 며칠 사이에 중폭설로 완화되었다. 대통령 비서실을 너무 확대하거나 많이 뜯어고치는 데 대한 여론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을 효율적으로 보좌하고 업무 과중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상당 폭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도 현재와 같이 ‘너무 작은 청와대’로는 갈수록 복잡하게 전개될 정국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여권 최상층부에 개진해 왔다. 친여 성향의 한 정치학자는 “여론을 의식해 이번에도 청와대를 손질하지 않으면 남은 4년 내내 후회할 것이다. 늘릴 것은 늘리고 줄일 것은 줄여서 비서실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개편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역시 ‘청와대 속의 청와대’로 불리는 정무수석실이다. 오래 전부터 정무비서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이번에 확대 개편될지 주목된다. 현재 정무수석실은 이강래 수석 밑에 정무 1(서형래), 정무 2(이상환), 정무 3(제2건국 비서관 유종필) 국정 홍보(전병헌), 치안행정비서관이 있는데, 제2건국 비서관은 정치적 오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정책기획수석실(김태동) 소속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교육문화수석 신설 확실시

문제는 정치 분야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정무 1·2 비서실(비서관 포함 10명)과 현행 시스템으로는 정치권 흐름을 도저히 따라잡기 힘들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YS 시절 정치에 너무 깊이 간여했던 이원종 정무수석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정무수석실의 규모를 줄였으나, 너무 줄였다는 평을 받아 왔다. “신문 분석하기에도 빠듯하다. 예전처럼 안기부나 경찰이 정보 제공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오전 6시부터 나와 하루 종일 일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디어와 전략이 나오겠는가.” 한 정무 관계자의 푸념이다. 결국 정무수석실 강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구나 인원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직 모른다.

한편 정책기획수석실(김태동)의 경우 제2 건국 비서실을 넘겨받음으로써 기존 기획조정비서관에 정책 1·2·3 비서관까지 모두 5명으로 늘어나 구조 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경제·사회복지 수석실과 중첩된 분야가 많아 정책기획실을 축소해 정예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편 과정에서 또 하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대통령이 정무수석실과 함께 폐지했던 민정수석실의 부활 여부. 비서실장 직속으로 있는 법무비서실(박주선)과 민정비서실(이범관), 정무수석 산하 치안행정비서실 등을 통합해 민정수석을 부활시킨다는 방안이 지난해 말부터 흘러나왔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기정 사실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 며칠 사이에 부활론은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는 짤막한 이유와 함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폭주할 각종 정보를 처리하고 민심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민정수석실 부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사회복지비서실에서 교육과 문화관광 분야만 따로 떼어내어 교육문화비서실을 신설할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이는 사회복지비서실로 하여금 실업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도록 하고, 교문수석을 신설함으로써 현정권의 새 국정 지표인 ‘문화 관광 진흥’ 정책에 적절히 대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게다가 사회복지비서실은 그동안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사회복지비서실의 영역이 경제비서실·정책기획실과 중첩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교육문화비서실을 신설할 경우 별 실익이 없다고 지적한다.

공보비서실의 경우 박지원 수석이 오는 3월까지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구로 을 재선거에 출마할 경우 후속 인선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김대통령은 10년 가까이 자신의 입과 안테나 역할을 해온 박수석의 후임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김한길 의원이 김중권 실장으로부터 후임 제안을 받고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 정도만 들리고 있다. 한때 여권 핵심부에서는 공보수석을 미국의 백악관 대변인 시스템처럼 1급 비서관이 대변인을 겸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회귀했다.

다만 여권 핵심부에서 공보비서실·대변인실·문화관광부 등 국정 홍보 관련 부처 사이에 원활한 창구를 열어놓을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동안 이들 부처 간에 협조 체제가 미흡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공보처 부활론이었으나 박수석은 이를 일축한 바 있다.

이밖에 경제비서실 등 나머지 부서는 현행 골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수석비서관들과 관료 출신들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대대적인 인적 개편이 단행되리라는 전망이다. 벌써 후임 수석의 이름이 거론되는 곳도 있다.

YS 때는 너무 커서, DJ 때는 너무 작아서 탈

이번 비서실 개편은 애초부터 예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서실을 너무 축소한 데 따른 부담이 1년 내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노태우 정권의 비서실을 대폭 줄여 차관급 수석비서관 9인 체제로 출발했다. 그러나 94년 농수산비서실을 신설한 데 이어 95년에는 사회복지비서실을 또다시 만들어 수석비서관이 11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던 것이 김대중 정권에서 6명으로 절반 가량이 축소되었으니,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YS 정권에서 제기되었던 청와대 비서실의 오류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전체적으로 정치권에서 청와대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컸다. 둘째, 이원종 정무수석의 힘이 지나치게 커 비서실장 및 다른 부처와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셋째, 대통령 차남 현철씨와 가까운 사람들이 중심 세력을 형성해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YS의 청와대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이 DJ의 청와대에서는 오히려 필요한 부분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정무수석실이 차지하는 정치적 공간이 YS 때와 비교해 너무 작고, 청와대의 중심 세력 역시 너무 허약하다는 것이다. YS의 청와대가 너무 커서 탈이었다면, DJ의 청와대는 너무 작아서 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묘한 이중성이 있어서 비대하면 ‘권위주의와 독선’이라는 비난이 나오지만, 너무 작아도 정치력 부재론이 나온다.

청와대 비서실은 크든 작든 ‘권력의 핵’인 동시에 대통령의 비서 집단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모든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렵고, 자칫 잘못했다가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 청와대 비서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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