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이만섭.김윤환.김대중.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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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6.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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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푸대접받는 이만섭 “나도 나간다는데 왜 조용해?”

목소리 큰 이만섭 신한국당 고문이 또다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가 1탄을 날린 곳은 11월8일 고문회의. 이고문은 이홍구 대표의 ‘젊은 후보론’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레이건이 68세에 집권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고문의 나이는 64세. 발동이 걸린 이고문은 다시 11월15일 대구 수성 을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대선 주자들이 너도나도 TK를 넘보지만 어림없다. 나라고 대선에 못나갈 이유가 없다”라고 사자후를 토했다. 정가에서는 대구 출신인 이고문이 무주 공산인 TK의 대표성을 확보하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고문은 당 총재(국민당)와 국회의장을 지낸 7선 의원인 자기가 다른 대권 주자에 비해 하나도 부족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한 번도 독대 기회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언론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니 울화가 치밀 만도 하다. 여권 핵심부는 일단 포문이 열리면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이고문이 다음에는 어떤 후속타를 날릴지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시사포럼 부활에 허주 적극적 ‘다른 뜻 있을까’ 관심 집중

‘시사포럼’이 과연 재개될까. 시사포럼은 6공 때인 90년에 시작해 몇 년간 유지되었던 여야 중견 정치인들의 비공식 대화 모임. 당시 여권에서는 김윤환 이종찬 남재희 황병태 김용환 의원이, 야권에서는 조세형 김원기 조순승 김광일 이 철 이부영 의원 등 쟁쟁한 멤버가 참여했다. 이 모임은 여야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열린 광장’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자평이었다.

구성원들의 애착 때문에 이 모임은 중단된 뒤에도 여러 차례 부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11월1일 오랜만에 만난 전·현직 의원 6명이 모임을 재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사정상 이 자리에 불참했던 김윤환 신한국당 고문 역시 최근에 ‘그런 모임을 다시 하는 것이 좋겠다’는 희망을 강하게 피력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시사포럼 부활을 아예 기정 사실로 여기면서, 벌써부터 그 정치적 역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이 모임을 여야를 두루 아우르는 김고문의 행보와 연관지으려는 시각마저 있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 DJ, 장학로에 병주고 약주고

DJ가 장학로 전 청와대 제1 부속실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장씨의 비리를 폭로해 청와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더니, 이번에는 장씨의 병보석을 적극 주선해 ‘인간미’를 흠씬 드러냈기 때문이다.

DJ가 장씨의 중병설을 접한 것은 지난 10월 말. 장씨가 희귀병인 근육소실증을 앓고 있는데, 야권의 눈치 살피는 여권의 소심증 때문에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였다. DJ는 즉시 측근에게 상황을 파악하도록 지시했고, 장씨의 건강 상태가 최악이라는 보고를 받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된다며, 여권에 장씨 병보석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장씨는 현재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 국민회의는, DJ가 장씨의 병보석에 적극 관심을 보이자 여당이 정상적인 병보석에 앞서 입원 치료라는 생색을 낸 것이라고 선전했다. DJ의 한 측근은 “민주계 인사들이 YS의 냉정함에 참 불만이 많더라”며, YS와 DJ의 대조적인 인간성을 부각하고자 애썼다.

때마침 홍인길 신한국당 의원의 정치 자금 수수건이 터지자 국민회의에서는 이래저래 상도동 가신들이 DJ를 돕고 있다고 즐거워한다.
여야 모두 탐내는 노무현 종로에서 어떤 깃발 올릴까

정치권에서는 종로 재선거 후보 자리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단연 노무현 전 의원이다. 그동안 노씨는 여야 모두로부터 영입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신한국당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 국민회의는 이종찬 부총재 당선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노씨가 최근 재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0.1%라도 입당 가능성이 있다면 국민회의’라고 말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씨는 “야당맨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지역 분열을 봉합해야 한다는 그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영남 출신인 내가 국민회의로 가야 옳다”라고 마음 한 자락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국민회의 김근태 부총재를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노씨가 탐난다 해도 DJ가 이종찬 부총재를 설득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종로 재선거가 치러진다면 그건 순전히 이부총재 작품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아무래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노씨를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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