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회창 턱밑’ 뒤진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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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 주변 대선자금 유입 포착…운전기사 등에 소환 통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수행비서 이채관씨가 지난 2월25일께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씨는 이회창씨가 어디를 가든지 항상 수행하는 최측근 인사로 지금도 서울 옥인동에서 이씨를 보좌하고 있다. 그는 2002년 대선 때는 ‘수행부장’이라고 불렸다.

이씨는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검찰로부터 조사할 것이 있으니 나와 달라는 통보를 2월 말부터 여러 차례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는 불법 대선자금의 출구를 찾는 검찰 수사가 이미 옥인동 턱밑에까지 다다랐고, 이회창씨에 대한 소환·처리라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옥인동은 초긴장 상태다. 이회창씨의 한 측근은 “검찰이 수사를 마냥 끌 수는 없을 것이다. (이회창씨를) 구속하거나, 망신 주는 일만 남았다고 본다. 각오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겠다는 이씨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요즘 옥인동 주변 인왕산을 산책하거나 휴일에 성당에 가는 것 외에는 외출을 삼가고 있다. 유승민 전 여의도연구소장과 이종구 전 언론특보 등이 언론 보도 내용이나 정국 대응 방안을 조언하기 위해 들를 뿐, 옥인동을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한 측근에 따르면 검찰이 이채관씨에게만 소환을 통보한 것이 아니다. 이씨와 비슷한 시기에 이회창씨의 운전기사와 파출부 등도 검찰로부터 나와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3월1일 현재 이들 가운데 누구도 검찰 소환에 응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검찰이 이들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은 불법 대선 자금과 관련해 수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수백만원대여서 액수가 큰 편은 아니지만, 수표에 이서한 흔적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표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어디에 썼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옥인동 사람들’이라는 특성상 이들에 대한 조사는 곧바로 이회창씨 부부에게 옮아갈 수 있어 인화성이 강하다. 수행비서·운전기사·파출부라는 이들의 신분은 곧 ‘불법 대선자금 옥인동 유입설’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이 쓴 수표의 용도가 이회창씨나 부인 한인옥씨의 개인 씀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씨 측근이 ‘망신주는 일’이라는 표현을 쓴 대목이 주목된다.

그동안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는 ‘불법 대선자금 일부가 옥인동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일부 언론은 ‘삼성으로부터 받은 채권 가운데 일부가 유용되었다’며 옥인동과 관련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종구 전 이회창 총재 언론특보는 “옥인동으로 불법 대선자금이 흘러간 것은 단 한푼도 없다. 관련 있다고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이미 법적인 조처를 취했다”라고 말했다. 이회창씨측도 ‘옥인동 불법 대선자금 유입설’이 자꾸 퍼지자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는 것이 이 전 특보의 말이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관심은 이제 이회창씨가 언제 검찰에 소환될 것인가, 소환되면 구속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씨에 대한 조사가 필수이다. 그러나 이씨만 조사할 경우 왜 노무현 대통령은 조사하지 않느냐는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씨와 노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총선 전에 마무리짓고, 처리는 총선 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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