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자인가?
  • 李敎觀 기자 ()
  • 승인 199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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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회, 의구심 표시…“기업·금융 구조 조정 지나치게 간섭”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구조 조정 정책의 기본 노선은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노사정위원회·노동계·재계 모두가 궁금해 하는 의문은 김대통령이 시장 개방과 작은 정부를 핵심 테제로 삼고 있는 신자유주의자인가 하는 문제이다. 김대통령이 지난 11월5일 <코리아 타임스>에 기고한 ‘시장 개방을 통한 경쟁이라는 보편적 세계주의를 수용하는 것이 민족의 살 길이다’라는 요지의 글로 미루어 볼 때 그를 신자유주의자로 규정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는 곳은 재계와 노동계보다 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원기 국민회의 상임고문)이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구조 조정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정리해고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총대를 멘’ 노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신자유주의자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자유 시장 경제를 주창하면서도, 기업 및 금융 구조 조정을 추진하는 방법을 보면 그가 신자유주의자인지 분명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제기하는 문제는 김대통령이 자유 시장 경제를 지지하면서도 기업·금융 구조 조정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시장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작은 정부’를 핵심 테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김대통령이 진정한 신자유주의자라면 기업 및 금융 구조 조정을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노사정위원회가 이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김원기 위원장이 김대통령의 노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노사정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할지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원회 활동 방향을 신자유주의적으로 가져 가려고 해도 김대통령이 신자유주의자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보니 헷갈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의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아직도 경제 구조 조정의 이데올로기로 분명하게 정한 것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대통령은 ‘신자유주의적 국가주의자’

김대통령의 노선이 분명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계기는 지난 8월 현대자동차 파업 사태였다. 이 회사 노조가 노동자 1천5백여 명을 정리 해고하겠다는 경영진의 방침을 거부해 발생한 파업 사태가 지속되자, 김위원장 등이 중재에 나서 해고 인원을 2백여 명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타협을 이루었다. 문제는 여기에 재계가 반발하자 김대통령이 노사정위원회의 중재 결과를 비판하듯 “재계의 반발에 수긍이 간다. 정치권이 지나치게 개입했다”라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같은 지적이 오히려 그가 신자유주의자임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 많다. 김대통령이 노사정위원회와 정치권에 현대자동차 파업 사태를 중재해 주기를 요구할 때 마음 속에 구상한 것은, 노조로 하여금 정리 해고를 수용하게 하는 신자유주의적인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위원장 등이 중재한 결과가 노동 시간을 단축해서라도 정리 해고를 최소화하자는 사회민주주의적인 것으로 나타나자 김대통령이 불만족스러워했을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분석이다.

노사정위원회가 김대통령의 신자유주의적 노선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로 정부가 구조 조정에 개입하고 있는 사실을 드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론이 나온다. 미국이 앞장서서 공세를 펴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적’ 국가주의이다. 즉 모든 것을 시장 자율에만 맡겼을 때 이른바 ‘시장 실패’가 나타날까 우려해, 신자유주의자들이 정부 개입을 지지하는 국가주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단순히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국가주의자’라고 규정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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