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김봉조, 조옹규, 박태준, 정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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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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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명’ 거스르다 혼난 김봉조“우리가 남이가” 기사회생
한번 민주계는 영원한 민주계인가. 상도동 1세대인 김봉조 전 의원에게 단단히 박혔던 미운 털이 1년 3개월 만에 뽑혔다. 유랑 생활을 하던 그가 최근‘알짜 자리’로 통하는 마사회 회장에 취임한 것이다.

김대통령과 거제도 동향이자 친척인 김회장이 3선 가도를 쾌속 질주하다 걸려 넘어진 계기는 지난해 치러진 6·27 지방 선거. 당시 김대통령은 그에게 경남지사 출마를 권유했다. 그러나 김회장은 ‘지역구를 지키고 싶다’ ‘중앙 무대에서 크고 싶다’ 등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며 지사 출마를 끝내 거부했다.

결국 YS에게 밉보인 김회장은 지사 출마도 못하고 지구당위원장 자리도 내놓은 채 낭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민자당 경남도 지부장에 국회 예결위원장까지 지낸 민주계 중진이 어명을 어긴 대가는 이처럼 정치 생명을 잃을 정도로 컸다.

그러나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상도동의 전통은, 정치적으로 다 죽어가던 김회장에게 재기할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호방한 성격의 김회장은 잃었던 웃음을 오랜만에 되찾았다.
“내가 필요한 자료는 단 1건”절약 미덕 지나친 조웅규

시쳇말로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부하는 학생의 가방이 텅 비어 있다면 그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국감 정가에서는 교수 출신 두 초선 의원의 가방 크기가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무려 1천5백건이나 되는 국감 자료를 신청한 국민회의 길승흠 의원(문체공위)과 이와 대조적으로 자료를 단 1건만 신청한 신한국당 조웅규 의원(교육위·사진))이 그 주인공. 공교롭게도 두 의원 다 DJ와 YS가 직접 공천한 전국구 의원이다. 길의원의 경우 자료 요청 건수가 너무 많아서 한때 ‘질의 준비용보다는 논문 작성용이 아니냐’는 억측마저 일었다.

그러나 역시 화제의 주인공은 최소 자료 신청 기록을 낸 조의원. 그가 교육부에 요구한 자료는 ‘교육부는 대학생에 대한 인성 교육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있다면 그 구체안을 제출해 달라’는 것 하나였다. 평소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조의원다운 요구였지만, ‘그래도 너무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교수님 출신이라서 모르는 것이 너무 없었던 것일까.
활동 폭 넓히는 철의 사나이 대권 전초전에 새 변수될까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이 모친 사망 2주기(10월13일)에 맞춰 일시 귀국했다.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사정의 칼날을 피해 일본과 미국을 정처없이 떠돌던 박씨가 귀국한 것은 93년 모친상을 당한 이후 이번이 세번째. 이번에도 그는 나흘간 고향에 머무르다 14일 일본으로 떠났다.

앞으로는 박씨의 한국행이 더욱 잦아질 것 같다. 그는 오는 11월9일 자신의 칠순 행사를 위해 다시 귀국할 예정이다. 또한 도쿄와 서울을 왕래하면서 서서히 활동 폭을 넓힐 것으로 알려졌다. 온통 대권 향방에 넋이 빠진 정치권으로서는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만약 박씨가 다시 움직인다면 대권 국면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그의 귀국설이 나돌자 여권은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바짝 긴장했다. 그를 무마하기 위해 여권이 경제단체장 자리를 제안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6월 국세청이 박씨의 북아현동 자택에 대한 압류를 해제한 것도, 총선 때 미동도 하지 않은 박씨에 대한 여권의 배려로 해석하고 있다.
정한용 의원의 치고 빠지기 강삼재 “올 것이 왔다”긴장

국민회의 정한용 의원이 신한국당 강삼재 총장을 슬쩍 한번 물어뜯었다가 물러났다. 정의원은 은행감독원 국정감사 질의서에서 강총장이 사기 대출 사건에 연루된 대세산업 대표 이종구씨의 뒤를 봐주었다고 폭로했다가 정작 질의 때는 강총장 관련 부분을 빼버렸다. 강총장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정의원측은 사실 확인에 들어갔으나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고 확인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얼른 백기를 든 것이다.

정의원의 폭로는 한바탕 촌극으로 끝났지만 강총장측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않고 긴장하고 있다. 정의원의 폭로가 ‘강삼재 죽이기’의 신호탄이 아닌가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강총장은 비서진에게 통장 하나라도 소홀히 관리하지 않도록 특별히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총장측은 국민회의 김총재가 독려해 여러 의원들이 강총장 주변을 이잡듯 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강총장 사이에 다시 전운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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