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이수성 · 제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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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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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최후 후보’ 이수성 워밍업 마치고 대권 전선 앞으로

여권의 군웅할거 현상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대권성(城)에 성큼 다가선 이회창 대표에게 위기감을 느낀 박찬종·이한동 고문이 각각 장외 정치와 강연 정치의 깃발을 들었으며, 이홍구 고문은 권력 분점론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변방에 있던 이인제 경기도지사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조용한 대권 주자가 있다. 바로 이수성 고문이다. 총리직을 내놓자마자 당에 진입해 경쟁 주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던 그는 요즘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엎드려 있을 이고문이 아니다. 사실 그는 지난 1주일 동안 병원에서 요양할 때도 병상 정치를 했다. 김대통령이 난을 보낸 것을 비롯해 청와대·당·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쉴새 없이 다녀간 것이다. 그는 퇴원하는 대로 대구 칠곡에 있는 선영 묘소에 참배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대권 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참이다.

이고문에게 고무적인 현상은 민주계가 자신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그가 입원한 서울대병원 12층에는 최고문이 입원해 있다. 자연히 양쪽 사람들이 얘기할 기회도 많았다. <최후의 계엄령> 작가 고원정씨는 최근 가상 정치소설 <마지막 대권>을 펴냈는데, 여기에서 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인물도 이수성 고문이다. 물론 김심과 민주계의 추대에 의해서 여권의 최종 주자가 된다는 것이다.

친화력의 귀재로 불리는 이고문. 뒤늦게 출발한 그가 과연 당내 쟁쟁한 고수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석재 만난 제정구 ‘동병상련의 정’ 끝은 어디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 체제가 뜨고 나니 민주당 제정구 의원이 바빠졌다.

얼핏 연결이 안되는 얘기지만 사실이다. 서석재 의원이 위기에 몰린 민주계가 결성한 `‘민주화세력모임’(가칭)의 좌장으로 선출된 다음날인 19일 오전, 제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서의원 사무실에서 2시간 가깝게 서의원과 만나 요담을 나누었다. 제의원은 서의원 사무실을 다녀온 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신한국당 이수성 고문의 병실도 찾았다.

제의원은 서의원과 만나 건강 문제만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제의원이 예전에 교통 사고로 다쳤던 부위가 도져 고생하다가 요즘 물리 치료를 받고 효과를 보았는데, 서의원이 비슷한 이유로 힘겨워한다는 소리를 듣고 조언을 하기 위해 찾아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병상련의 정을 발휘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가에서 그런 얘기를 곧이듣는 사람은 없다. 제의원이 신한국당 민주계와 더불어 무언가 일을 도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동병상련은 맞는데 정치적 동병상련이라는 것이다.

위기에 몰린 신한국당 민주계가 외부에 있는 ‘민주화 세력’에게 힘을 합치자고 손짓했고, 두 세력을 묶는 역할을 재야 운동권 출신 사이에서 두루두루 인간 관계가 원만한 제의원이 맡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의원은 요즘 이회창 대표가 민정계 등 구 정치 세력과 손잡았다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민주화 세력이 내세울 수 있는 대선 주자로 이수성 고문을 거론하고 있다.
‘다음은 YS 대선 자금’ 구여권 굴뚝서 연기 솔솔

‘다음은 YS의 대선 자금이다’.

요즘 정가에 알게 모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소문이다. 한보와 현철씨 문제로 곤경에 빠진 김영삼 대통령이 머지 않아 대선 자금 문제까지 터져나오는 바람에 치명타를 맞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소문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이미 한 언론사에 김대통령의 대선 자금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넘겼고, 그 언론사는 터뜨릴 기회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소문에는 그 기사를 어떤 어떤 기자가 쓸 것이라는 꽤 그럴듯한 이야기까지 곁들여진다.

지난해 3월에도 재헌씨는 노대통령이 김대통령에게 92년 대선 자금을 ‘쓸 만큼 줬다’고 말해 한바탕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재헌씨는 문제가 커지자 ‘발언 의도가 잘못 전달됐다’고 한발짝 물러나면서도 ‘때가 되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 때문에 재헌씨와 관련한 소문이 더욱 설득력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헌씨와 가까운 한 인사는 재헌씨가 자신의 대선 자금 내역 제보설을 강력히 부인했다고 전한다. 재헌씨가 “언론이 멋대로 쓰는 데 질렸다. 소문 내용은 본인이 잘 알고 있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본인이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소문이 곧바로 사실로 드러나는 세태와, 구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전두환·노태우 사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 겹쳐‘5·6공 대반격설’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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