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이홍구·이성재·김종배
  • ()
  • 승인 1997.08.1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방학 끝낸 이홍구 또다시 ‘중책’ 맡을까

여당 경선 국면이 시작되자마자 맨 먼저 출마를 포기하고 정치 방학에 들어간 이홍구 신한국당 고문. 그가 다시 바빠졌다. 그것도 자신의 본업인 정치학자로서.

이고문은 출마 포기를 선언한 뒤 한 달여를 외국에서 머무르다가 신한국당 경선 전날에야 돌아왔다. 그런 그가 요즈음 IPSA(세계정치학회) 제17차 서울 세계대회 준비 때문에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8월17~22일 열리는 이 대회는 학계에서 ‘정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행사인데, 그는 이 대회 명예위원장을 맡았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이고문이 모처럼 자신에게 꼭 맞는 일을 맡았다고들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로 꼽혔던 이고문의 외도를 안타깝게 여겨왔다.

그러나 학계를 안타깝게 했던 그의 관운이 이쯤에서 그칠 것 같지 않다. 그는 9월에 출범할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 선거대책위의 가장 유력한 위원장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회창 대세론을 주도한‘킹 메이커’허주 쪽이 여러 이유로 영입파인 이고문을 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들 문제 뒤에는 언제나 ‘폭로 스타’ 이성재 있다

최근 여권 인사들 사이에 ‘이성재 경계령’이 내렸다. 여권에 치명상을 입힌 국민회의의 공세 뒷켠에 늘 이성재 의원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현철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나, 이번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두 아들 병역 문제 등 ‘가정사’에 대한 공격이 모두 이의원 작품이라고 알려지자, ‘자식 문제로 뒤가 구린 사람은 이의원 근처에 얼씬도 말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의원은 15대 국회에서 정당 사상 최초로 장애인을 대표해 전국구를 배정받았다. 율사 출신인 그가 국민회의의 ‘폭로 스타’로 떠오른 데는 사소한 제보라도 끝내 완성품으로 만들어내는 그의 꼼꼼한 수사 스타일이 큰 몫을 했다.
금배지를 달기도 전인 96년 3월, 그는 이미 오길록 민원실장과 함께 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축재 비리를 파헤쳤다. 그런 이유로 여권 주변에서는 어느 때보다 이의원에 대한 비난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박찬호 10승 쾌거 여야 모두 ‘아전인수’

바다 건너 미국에서 날아온 쾌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서 박찬호가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푹푹 찌는 더위를 날려버린 시원한 소식에 정치권도 국민과 함께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박찬호의 10승 쾌거를 지켜보는 정치권의 반응은 역시 ‘정치적’이었다.
국민회의는 박찬호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슬쩍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 두 아들의 병역 문제와 연계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국민회의 장성민 부대변인은 8월1일 논평에서 “이대표 두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으로 정부가 징병검사 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바람에 예체능 공익근무요원 제도가 폐지된다면, 박선수도 예외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로 인해 박선수가 피해를 보게 된다면 국가 외교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라고 한마디. 한편 이회창 대표는 8월2일 환한 표정으로 박찬호 선수에게 격려 전화를 걸어 정치권에 작은 화제를 뿌렸다.
이대표의 격려 전화는 박찬호의 고향이 이대표와 같은 충청권이라는 점, 그리고 야권의 논평은 박찬호의 승리를 정치권의 뜨거운 논란거리인 이대표 두 아들의 병역 문제에 ‘절묘하게’ 갖다 붙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국민회의, 김종배 의원 기소에 “PK 검찰 그냥 안놔두겠다”

분위기가 험악하다. 국민회의는 검찰이 김종배 의원(전국구)을 수뢰 혐의로 기소하자 신한국당과 검찰을 상대로 일전불사 결의를 다지고 있다. 1일 검찰이 김의원을 소환했다는 소식을 들은 국민회의에서는 단박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 아들 문제를 물타기하려는 검찰의 표적 사정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다 2일 김의원에게 돈을 준 것으로 알려진 창해산업 이사 최영섭씨가 검찰의 가혹 행위에 못이겨 허위 자백했다고 양심 선언을 하자, 국민회의는 김의원 파문을 정치 사건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신한국당 경선 전부터 민주계를 협박하며 이회창 후보 만들기에 열중했던 검찰이 이번에는 대야 공작에 나섰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국민회의는 PK 일색인 검찰 수뇌부를 그대로 두고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고 벼르던 참이었다. 국민회의는 이번 사건을 정치 쟁점화해 검찰 수뇌부 퇴진으로까지 몰고가겠다는 자세다. 80년 광주 항쟁 당시 시민군 지도자를 지낸 김의원이 기소되자 5·18 관련 단체들도 일제히 들고 일어날 기세여서 검찰은 벌집을 건드린 꼴이 되었다.
그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도 ‘검찰이 민감한 시기에 괜한 짓을 해 오해만 사게 되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