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국회의원들
  • 吳民秀 기자 ()
  • 승인 1995.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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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연구 단체 23개 생겨…‘환경포럼’ 94년 성적 1등
국회의원들도 공부한다. 선진국 국회에서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익숙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러나 정치 환경이 변했다. 이제는 의원들도 공부하지 않고는 배겨나기 힘들게 됐다. 최소한 의정 활동에 필요한 기본기는 갖춰야 한다. 그래서 만든 것이 국회의원들의 연구 단체이다. 94년 봄까지 18개나 생겨났다. 의원들이 공부한다니까 국회 차원에서 지원도 해준다. 모임과 자료 조사 따위에 필요한 돈을 대주는 것이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지원심의위원회(위원장 이한동 국회부의장)가 그런 일을 한다.

최근 ‘심의위원회’는 국회의원 연구 단체에 등수를 매겼다. 주로 각 단체가 제출한 지난해 활동 보고서를 평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나머지 평가 항목은 △경비 사용의 정확도 △소속 의원 숫자 △세미나 개최 횟수 △간행물 발간 횟수 △연구 결과를 정책 대안 마련에 활용했는지 여부 등이었다. 특히 연구 활동 결과가 정책 대안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국회의 본래 기능인 입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적표에서 국회환경포럼(대표 민주당 김상현 의원)이 1등을 차지했다. 심의위원회는 2등까지만 성적을 공개했다. 국회과학기술연구회(민자당 김덕룡), 국제법·노동·환경문제모임(민주당 홍영기), 섬유산업발전연구회(민자당 윤영탁), 지방자치제도연구회(민자당 황윤기), 도시문제연구회(민자당 김중위)가 공동 2등에 올랐다. 나머지 12개 단체의 순위는 “민감한 문제여서 발표하기 어렵다”고 했다. 돈만 받고 공부는 게을리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어쨌든 상위 그룹에 속한 단체들은 애들처럼 좋아한다. 공부 잘했다는 데야 기분이 나쁠 리 없다.

특히 민주당 김상현 고문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요즘에는 이런 데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정치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가 주도해서 만든 국회환경포럼에는 민주당 12명, 민자당 3명, 무소속 3명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의 소속 상임위는 제각각이지만 연구 단체 중에는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 지난해부터 이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난해 8월 의원 연구 단체로는 처음 ‘정화조법’과 ‘광역상수원 보호지역 지원에 관한 법’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다른 단체의 경쟁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환경포럼이 높은 점수를 받은 가장 큰 원인은, 사비를 털면서까지 수질 오염 정밀 조사를 두 차례 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임진강 수계에 대한 전반적 조사와 영산강·낙동강 등 4대 강 수질오염 조사를 벌인 것이다. 책상에 앉아 갑론을박한 것이 아니라, 현장 조사를 하는 데 더욱 역점을 둔 셈이다. 이 단체는 올해 주요 사업으로 지하수에 관한 전반적 조사와 관계 법령 정비를 꼽고 있다.

한편 의원 연구 단체는 지난 3월까지 통상·경제협력문제 연구모임(민주당 유인학 의원) 등 5개가 더 생겨남으로써, 국회에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내년 평가에서는 상위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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