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노무현 김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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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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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부산시장 출마 ‘지고도 이긴 선거’ 노려

민주당 노무현 부총재가 부산시장 선거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의 부산시장 출마설은 지난해부터 정치권에 떠돌았다. 그 때마다 노부총재는 말을 자제했다. 오히려 “시장 출마보다는 15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빠져나갔다. 그래도 출마설은 끊이지 않았다. 현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노부총재의 독특한 입지 때문이다.

노부총재 얘기가 나오면 여당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그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민자당 부산시장 후보인 문정수 의원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민자당은 실제로 표가 그렇게 나오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여당의 고민은, 만약 노부총재가 선전할 경우 ‘이기고도 진 선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노부총재 쪽도 막상 선거전에 돌입하면 승산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런데도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운 까닭은, 이번 부산시장 선거가 손해볼 것이 없는 게임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떨어진다 해도 15대 총선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쪽으로 나왔다. 그러니까 노부총재측은 최소한‘지고도 이긴 선거’를 꿈꾸게 된 것이다.

노부총재가 정작 고민한 대목은 선거가 아니라 민주당내 역학 관계였다. 특히 그는 이기택 총재와 껄끄러운 사이다. 이총재는 민주당내 영남 출신 대의원들 사이에서 노부총재의 입지가 넓어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이총재가 노부총재의 출마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당내 역학 관계가 정리되어 가자, 노부총재는 더욱 분주해졌다. 그는 전통 야도 부산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 한국 정치의 고질인 지역 감정에 정면 도전하겠다는 생각이다. 노부총재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보나마나한 싸움에서 볼 만한 싸움’으로 바뀌게 될 것 같다.

대구 가스 폭발에 날아간 김석원의 화려한 데뷔

민자당 경북 달성군 지구당위원장이자 전 쌍용그룹 회장인 김석원씨가 정치 입문 첫날 성대한 잔치 대신 줄초상을 치렀다. 김씨는 4월27일 달성군 지구당 개편대회를 통해 ‘정식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디디려 했으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전 대구에서 가스 폭발 참사가 발생했다. 그의 민자당행은, 김대통령이 대구·경북 지역의 반민자 정서를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래서 민자당은 이 날 이춘구 대표를 포함해서 대규모 축하 사절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자당의 축하 사절단은 조문 사절단으로 바뀌어서 대구로 향했다. 물론 지구당 개편대회는 무산되었다. 한때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정치인 김석원’ 얘기는 순식간에 증발하고 말았다. 대구 가스 폭발 사건이 터진 날, 언론은 그의 동생 김석준 쌍용그룹 회장이 대구 달서구청에 위로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소식만 짤막하게 보도했다. 당사자인 김석원씨는 4월29일 런던 제임스 궁에서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지원재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그는 이 재단의 부의장이다. 5월13일 귀국할 예정이어서 그 때까지 달성군 지구당 개편대회는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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