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 권노갑·홍준표·고대 출신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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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6.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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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예비군을 단속하라”DJ 특명 받은 권노갑

총선 뒤 음지에서 활동하리라는 당내의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권노갑 의원이 다시 ‘양지’로 나왔다. 총선 기간에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을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지도위 부의장에 임명된 것이다. 김총재가 자기 분신인 권의원을 이 자리에 앉힌 이유는, 김상현 지도위 의장 등 반란 예비군을 집중 단속하라는 뜻이라고 당내 관측통들은 해석하고 있다. 최근 김상현·정대철·조세형 등 당내 중진들이, 대권 후보 문제를 둘러싸고 김총재의 권위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의원은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도 전에, 외무부 문서 변조 사건의 한가운데에 휘말려들었다. 지난해 6월 권의원은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 통신담당관 최승진씨의 제보를 받고 지자제 관련 외무부 외교 문서를 폭로해, 문서 변조 여부를 둘러싸고 외무부와 일전을 치렀다. 현재 검찰은 문서 변조 사실을 확인하고, 11개월 만에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강제 출국 당한 최씨를 구속했다.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의 전과정에 관여한 권의원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인데, 만약 외무부의 승리로 결판날 경우 권의원뿐만 아니라 DJ까지 상처를 입게 된다.
너도나도‘중매쟁이’자임 킹 메이커 자리 싸움 치열

정치권은 바햐흐로 킹 메이커 혹은 매파 전성 시대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후보들 간에 합종연횡이 예상됨에 따라 정치판에는 조정역을 자처하는 사람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중진들은 ‘TK와 손잡지 않으면 누구도 차기 정권을 차지할 수 없다’면서 저마다 자신이 TK를 대표하는 협상 창구역을 맡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TK 중진 중에서는 역시 신한국당 김윤환 전 대표가 ‘큰 손’이다. 그가 거듭 부인하는데도 정치권에서는 김씨가 앞으로 신한국당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과 손잡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야권 주자와 연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철언·박준규·김복동 등 이른바 자민련 TK 중진 트리오는 잇따라 야권 통합을 주장하며 자신이 중간 다리 노릇을 하겠다고 나섰다.

차기 대선에서 조연을 맡겠다는 뜻을 비친 인사는 TK 중진들만이 아니다. 신한국당의 민주계 맏형인 최형우 의원도 최근 자신의 역할을 조정자 쪽으로 선회한 듯한 발언을 했다. 국민회의 김상현 지도위 의장은 벌써 오래 전에 ‘킹 메이커가 되겠다’는 얘기를 했다.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중매쟁이들의 발길도 덩달아 빨라질 전망이다.
홍준표 당선자는 아직도 검사인가

한국판 피에트로 검사, 호랑이 검사, 통제 불능한 돈 키호테 검사…. 지금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신한국당 홍준표 당선자가 검사 시절 얻은 별명이다. 일개 평검사로 그만큼 유명세를 많이 탄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검찰의 대선배인 박철언·이건개 씨를 슬롯 머신 관련 혐의로 쇠고랑을 채운 주인공도 홍당선자다. 그는 ‘사건 검사’의 대명사였다.

그런 홍당선자가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 신세가 된 것이다. 그는 검찰에서 조서를 작성한 뒤, 자신이 피의자라는 사실을 깜박 잊고 하마터면 검사 날인란에 서명할 뻔했다. 조사를 받고 나온 그는 “한마디로 착잡하더라”며 웃었다. 홍씨는 성격이 활달하고 다변이다. 그가 있는 곳에는 항상 기사거리가 있다. 그런가 하면, 당내 검사 출신 당선자들이 그를 보스로 받들기로 했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인기도 좋다. 그가 본격적으로 의정 활동을 시작하면 꽤나 ‘사건 사고’가 많이 터질 것 같다.
차기·차차기 대권은 고려대 출신이 차지한다?

신한국당 이명박 의원 대권주자론이 엉뚱한 데서 불거져나왔다. “5월16일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MBC <청소년 음악회>에 고려대 출신 정치인으로는 이명박 의원과 홍준표 당선자만 초청됐는데, 이명박 의원은 차기 대권 주자, 홍준표 당선자는 차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기 때문이다”라는 얘기가 정치권에 나돈 것이다. 농반 진반의 이 얘기는 서울대 출신 차기 대권 주자들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 가운데 ‘고려대 출신의 단합’을 부추기는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홍준표 차차기주자론은 지나치지만 ‘이명박 차기주자론’은 가능성 있는 얘기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담당 PD는, 지명도를 고려해 두 사람을 섭외했다가 오해 소지가 있어 국민회의 이상수 의원과 자민련 구천서 당선자도 함께 초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는 얘기다. 이 날 참석자들은 고려대 농구단과 함께 <고래사냥>을 합창하고, 재학생들과 선후배 간에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한국 정치가 얼마나 학벌주의에 민감한지를 입증한 일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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