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최병렬· 서훈· 이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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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6.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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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에 오르내리던 대권 주자 최틀러 직격탄에 ‘움찔’
최병렬 의원의 오래된 별명은 ‘최틀러’ ‘독일 병정’이다. 언론사 시절 추진력과 돌파력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그런 최틀러가 드디어 여야 대권 주자들을 향해 직격탄을 쏘았다. 지난 10월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선 그가 “이른바 대권을 지향한다는 정치인 중에는 많은 보좌진을 거느리고 엄청난 활동 자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폭발성 높은 발언을 한 것이다. 대권 주자와 돈. 가장 민감한 주제가 얽힌 이 발언은 긴 파장과 여운을 남겼다. 물론 최의원은 여야 대권 주자를 향한 원론적인 언급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그의 발언 배경과 공격 대상에 대해 구구한 억측이 나돌았다. 대중의 인기를 노린 것이다, 이미지가 깨끗한 특정 주자와 가까운 만큼 그를 도와주기 위한 전략이다,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한 대리 경고성 발언이다 등등 온갖 엇갈린 해석이 난무했다. ‘돈을 물쓰듯 쓰는’ 대권 주자로 구설에 오르내린 여권 일부 주자 진영은 공식으로는 ‘노 코멘트’였지만,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박찬종 계보원 서 훈 대통령 중임제 왜 거론했나

원외의 설움을 톡톡히 맛보고 있는 박찬종 고문에게 그마나 위안을 주는 당내 교두보는 서 훈 의원(대구 동 을)이다. 말하자면 서의원은 현재 신한국당에서 유일한 박찬종 계보원인 셈이다. 두 사람은 외국을 함께 다녀오리만큼 가까운 사이다.

그런 서의원이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 중임제를 거론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의원은 당초 이번 대정부 질문에서 이제는 장기 집권 가능성이 사라졌으니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4년 중임제를 채택하자고 주장할 참이었다. 하지만 질의 직전에 원고를 본 당 지도부가, 민주계로 분류되는 서의원이 김수한 국회의장과 이홍구 대표에 이어 또다시 중임제 개헌론을 들고 나올 경우 자칫 파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원고 수정을 요구했다.

서의원이 원고를 수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바람에 공격 대상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180도 바뀌었다. 즉, 원문은 여권 내부를 향해 중임제 개헌을 요구한 것이었는데 수정본에서는 야당을 향해 중임제를 당리당략적 차원으로만 보지 말라고 공격한 것이다.

해태 타이거즈 우승은 DJ의 흉조가 길조냐

해태 우승이 97년 집권에 득이 되나 실이 되나.

프로 야구 한국 시리즈에서 해태가 우승한 것을 두고 국민회의 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득이 된다고 주장하는 쪽은 호남에 기반을 둔 해태가 승리함으로써 그 여세가 내년 대선에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91년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한 후 YS 정권이 등장했으니, 내년에는 반드시 DJ가 집권하리라는 아전인수격 풀이도 나온다.

하지만 손해가 더 크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역 감정을 부추겨 호남 고립을 더 강화시킨다는 해석이다. 해태가 여덟 번이나 우승했는데도 DJ 집권에는 아무 도움을 못 주었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프로 야구가 없던 80년 대통령배 고교 야구에서 광주일고와 광주상고가 모두 부산팀을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지만 집권은커녕 광주 사태만 일어났다”라며 장밋빛 해몽을 일축했다.

한편,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는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 인천 지역 지구당위원장들과 함께 나가 현대를 응원했고, 이회창 의원은 외손자의 손을 잡고 6차전을 관람했다.
이수성, 대선 출마 않겠다지만 김대통령이 그냥 놔둘까

이수성 국무총리는 신한국당에 입당해 대권주자군에 합류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정가에서는 이와 관련한 설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 이총리가 25일 국회 답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나 자신의 입당과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이 표현은 매우 단호한 것 같지만 여운이 남는다. 그의 전임자인 이홍구 신한국당 대표 역시 정계 진출설이 나돌 때마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총리의 정계 입문은 그 자신의 의지보다는 김대통령의 차기 정권 창출 구상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김대통령이 영남 출신을 후보로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는 유력한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여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영남 출신은 이수성·박찬종·김윤환·최형우 네 사람뿐이다. 그런데 김고문의 경우 영남 후보 배제론을 들고 나와 사실상 경쟁을 포기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영남 출신 중 그의 경쟁 상대는 박고문과 최고문뿐인 셈이다.

역대 선거를 좌우했던 가장 큰 요인이 지역성이기 때문에, 이총리의 정계 입문설은 그가 아무리 부인한다 하더라도 그의 곁을 끊임없이 맴돌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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