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강삼재 이우재 엄삼탁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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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8.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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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숙 기간은 끝났다.” 근 4개월간 잠적한 끝에 여의도에 돌아온 한나라당 강삼재의원의 일성이다. 보스인 YS가 퇴임했으니 할 말은 하고 살겠다는 뜻이다. 강의원은 요즘 의원총회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기자들과도 스스럼없이 만나 특유의 ‘강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DJ를 향해 맹공을 퍼붓던 예전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동안 강의원도 정권이 교체된 현실을 실감했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악연으로 인해 국민회의 상당수 의원들은 요즘도 그를 살생부 명단 1순위에 올려놓고 있고, 지난 2월11일에는 비자금 사건 관련자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검찰에 다녀온 후 그는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어쨌든 여야 대치 정국과 함께 강삼재가 돌아왔다. 벌써 당내에서는 앞으로 그의 역할을 놓고 숱한 말들이 오간다. 대표적인 것이 원내총무 기용설. 실제로 초·재선 의원 중 상당수는 그에게 총무를 맡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고 있다. 대여 투쟁에는 전투력이 떨어지는 이상득 총무보다 강의원이 훨씬 적격이라는 얘기이다. 강의원도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그는 “나는 원래 체질이 전투적이다. 집권당 사무총장을 두 번이나 했지만, 동료 의원들이 원한다면 원내총무를 못맡을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JP 불가’ 이어 검찰총장 탄핵 주도 한나라당 진짜 대표는 이우재?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표는 누구인가. 물론 이한동 대표이다. 그러나 요즘 야권에서는 재야 출신 초선인 이우재 의원(서울 금천)이 실질적인 대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유인즉, 이의원이 당내에서 처음으로 김종필 자민련 명예 총재에 대한 총리 인준 불가 입장을 천명하는 등 당론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미래정치연구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김태정 검찰총장 탄핵 서명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또한 ‘김종필 총리 지명자 비자금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 추진을 위해 서명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 성향인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 15명이 참여하고 있는 미래정치연구회는 이처럼 정국의 방향을 좌우하는 실세 모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구심점이 없이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후원회비 못내 자리 놓칠라” 국민회의 ‘미납 의원’들 전전긍긍

국민회의 몇몇 의원은 돈 몇 푼 때문에 중책을 맡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 때 의원들에게 배정된 후원회비를 내지 않고 차일피일 미룬 것을 김봉호 후원회장이 새삼스레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후 회의석상에서 “후원회비를 안 낸 의원은 절대 입각시키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야당 후보의 선거 자금을 모으느라 애를 먹었던 그로서는 후원회비를 배당받고도 나 몰라라 했던 의원들이 버젓이 청와대 수석이나 입각 후보로 오르내리는 것이 못마땅했음직하다. 김회장은 유재건 비서실장에게 이런 당 분위기를 김대통령에게 반드시 전하라고 당부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김회장 집에는 푸짐한 갈비세트가 배달되었다. 돈 만들 능력이 없다며 버텼던 한 의원이 입각 1순위로 거론되자 보낸 선물이었다. 국민회의에는 그말고도 3∼4명이 더 후원금 안낸 죄로 가슴을 졸였다. 그중 가장 먼저 후원금을 낸 주인공은 조홍규 의원.

‘후원금 증후군’은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후원회 사무실에는 ‘지금이라도 후원금을 내면 안되겠느냐’고 물어오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한다.
죽은 박정희와 산 전두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그 대답의 한자락을 대구 달성 보궐 선거 결과가 말해 줄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의 맏딸 근혜씨와 전두환 정권에서 실력자였던 엄삼탁 전 병무청장(사진)이 맞서는 이곳 보선은 그래서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회의·자민련 연합 공천이 예상되는 엄씨는 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만명이 넘는 고향 사람에게 판문점을 구경시켜 주었을 정도로 지역구를 부지런히 갈고 닦아 왔다. 요즘도 틈만 나면 지역구에 내려가는 엄씨에 대한 지지도는 대선 이후 대구·경북에서 김대통령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반면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근혜씨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후광을 받고는 있지만 연고권에 관한 한 엄씨보다 다소 불리하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해‘대쪽’과 박정희의 후광을 업고 있는 근혜씨, 역시 대선 때 김대중 후보를 지지해 DJP와 전두환의 후광을 동시에 업고 있는 엄씨를 놓고 이 지역 유권자들은 꽤나 헷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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