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조 순 안상수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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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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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졌다 멀어졌다 DJ·조 순 관계는 ‘요지경’
갰다, 흐렸다. 조 순 서울시장과 DJ의 관계가 변화 무쌍하다. 조시장이 지난 5월19일 국민회의 전당대회 때 정권 교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소리 높이 외친 뒤 급속히 가까워졌던 두 사람은, 요즘 공석에서 마주쳐도 별로 반가운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5월 초부터 활발히 진행되던 국민회의의 조시장 영입 작업도 주춤한 상태이다.

DJ 측근들 입에서는 ‘조시장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 공천 보장을 요구하는 바람에 입당 교섭이 중단됐다’는 말도 나왔다. 조시장은 국민회의에서 그런 얘기가 흘러나온 데 대해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냉랭해진 근본 이유는 조시장이 아직 야권의 제3 후보로 나설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회의 비주류와 통추 등 야권 일부 인사는 9월 초쯤 조 순 카드를 내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DJ로는 정권 교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계속 나타날 경우 제3후보론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조시장의 거취가 분명해질 때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할 전망이다.

‘개 싸움’ 휘말린 안상수 이웃을 탓하랴, 개를 탓하랴

요즘 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개 사육을 둘러싼 이웃집과의 신경전이 좀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의원의 부인 전 아무개씨는 지난 7월8일 서울지법에 이웃집을 상대로 ‘개 사육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전씨는 신청서에서 ‘이웃집에서 기르는 도사견·세퍼트 등 개 일곱 마리가 짖어대는 통에, 노모의 건강이 악화되고 고2 아들이 학업에 방해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안의원 가족은 지난달에도 이웃집을 상대로 ‘1년 동안 당한 피해 2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안의원은 곧바로 “공인으로서 문제의 확산을 바라지 않는다”라며 소송을 취하했다. 이때만 해도 한 차례 구설에 휘말리고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송을 당한 이웃집 안주인 이 아무개씨가 법원 기자실에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항의 소동을 벌였다. 요컨대 ‘안의원도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고 동네 사람 대부분이 개를 사육하는데 왜 우리집만 가지고 문제를 삼느냐’는 얘기였다. 안의원은 더이상 ‘개 싸움’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를 원치 않지만, 문제가 자꾸만 확산되고 있다.

고등 실업자 양산한 여당 최초 자유 경선

‘다른 직장을 알아보자.’부도가 난 기아그룹 얘기가 아니다. 신한국당 경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부터 각 후보 캠프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저마다 ‘제2의 이숙번’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뛰어들었던 경선 후보 참모들이 ‘21세기 조국의 미래를 걸머질 지도자를 만들어내는’데서 ‘먹고 사는’ 현실 문제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1~2 명도 아니고, 6명이 끝까지 각축을 벌이는 바람에 이번 신한국당 경선은 무더기로 실업자를 양산하게 생겼다. 변호사나 현직 교수 등은 본업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뛰어든 기자나 회사원 출신들은 앞 길이 막막하다. ‘영감(후보)이 어떻게든 살 길이야 열어 주겠지’하고 기대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회창 캠프에서도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 대선 때는 당의 공식적인 선거대책본부가 출범하면 사조직 사무실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수를 사랑하라? 유준상, 권노갑 면회

금배지를 뗐다고 정열이 식을까.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유준상 전 국민회의 의원이 요즘 한·중·일을 오가며‘베세토 작전’을 펴고 있다. 베세토 작전은 유씨가 베이징·서울·도쿄을 넘나든다고 해서 만든 말이다.

5선 고지를 눈앞에 두고 15대 공천에서 뜻밖에 탈락했던 유씨가 유랑길에 오른 것은 지난해 7월. 와세다 대학 방문 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학교 근처에 13평짜리 셋방을 얻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유씨는 가끔 서울을 드나들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번 서울 방문 기간에 유씨는 매우 의미있는 걸음을 했다.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권노갑 의원을 면회한 것이다. 그동안 유씨는 권의원이 특별한 잘못도 없는 자기를‘호남 물갈이’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DJ와 권의원에게 이를 갈았었다.

그러나 유씨는 일흔이 다 된 나이에 죄수복을 입은 권의원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묵은 감정을 훌훌 털어버렸다고 한다. 유씨는 또 권의원을 대신해 DJ의 핵심 참모로 떠오른 이종찬 부총재와 만나 억하심정을 털어놓았다. 유씨의 베세토 작전이 DJ 진영으로의 복귀 작전인지, 다른 길을 가기 위한 마지막 탐색전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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