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인맥’이 뜨고 있다
  • 崔 進 기자 ()
  • 승인 1998.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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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씨, 총무비서관 자리 올라…이강래·장성민 씨 ‘입김’도 세져
요즘 신 여권에서 ‘케임브리지 인맥’이 떠오르고 있다. 김대중 차기 대통령이 정계를 은퇴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에 머무를 때 도왔던 측근들이 새 정권에서 속속 중용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맥이라고 해 보아야 10명 미만이지만, 이들은 이미 국회에 진출했거나 김대중 정권의 청와대 비서실 요로에 배치되어 어느덧 새로운 실세군(群)을 형성하고 있다.

나이와 여성이라는 벽을 껑충 뛰어넘어 최근 차관보급 청와대 총무비서관(1급)에 내정된 박금옥씨도 케임브리지 인맥이다. 그는 92년 대선 패배 후 케임브리지에 체류할 때 김 차기 대통령이 머무르는 집 거실 한쪽에 컴퓨터를 놓고 번역이나 일정 관리를 맡았다.

현정권에서 총무비서실은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하는 등 단순 업무를 보는 자리이지만, 새 정권에서는 그 역할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민정·의전·법무·행사기획실 등과 함께 대통령 비서실장 직속이어서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박씨가 해온 일로 볼 때 친인척이나 관리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총무비서관의 영역 자체가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박금옥 비서관, DJ와 언쟁하는 직언파

그는 김대중 차기 대통령과 종종 언쟁을 벌일 정도로 싫은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직언파이다. 이번 대선 때 철저하게 잠행했던 박금옥씨는 요즘 삼청동 인수위의 차기 대통령 비서실과 아태재단을 오가며 대통령 취임식 준비와 의전 업무를 다루고 있다. 그런 그가 공보수석실의 해외 공보 담당이나 의전 분야에서 일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깨고 일약 총무비서관에 중용된 것이다.

박금옥씨 발탁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쟁쟁한 당내파들을 물리쳤다는 점이다. 특히 조재환 사무부총장의 경우 김 차기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 총무비서관으로 강하게 밀었지만 허사였다. 조부총장과 경쟁했던 배기선 전 의원과 배기운 당 기조실 부실장은 박금옥씨와 비교해서는 안될 만큼 투쟁 경력이나 당 경력이 앞서는 동교동계의 주류 인사들이다. 박지원 공보수석은 박씨를 중용한 것은 평소 여성의 정계 진출을 강조해 온 김 차기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쨌든 박금옥씨가 떠오름에 따라, 정무수석 일보 직전까지 갔던 이강래 총재 특보와 정무수석실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은 장성민 부대변인 등 케임브리지파 소장 측근들의 입김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외인 부대를 전면에 포진하고 측근 참모들을 후면에 배치하겠다는 김 차기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YS 주변에는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 많은 반면 DJ 주변에는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요즘 여권에서는 미세하지만 긴박하게 권력의 부침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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