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15대 대통령 취임식
  • 李叔伊 기자 ()
  • 승인 1998.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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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대통령 취임식, 검소하게 개최…50년 만의 정권 교체 최대한 부각
김대중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 정부’는 2월25일 0시 보신각 종이 서른세 번 울리면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보신각 타종은 국민회의·자민련 양당 대표와 이종찬 인수위원장, 그리고 시민 대표 12인이 맡는다. 국민회의는 시민 대표를 선정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신청자를 접수하고 있다.

같은 시간, 남산 봉수대에서는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무용수가 대북을 서른세 번 타고(打鼓)하는 가운데 ‘희망의 불꽃’이 점화된다. 점화 순간에 시인 고 은씨가 축시를 낭송할 예정이다.

취임식 본행사는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거행된다. 이에 앞서 30분 동안 그룹 코리아나, 신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과 김수철의 협연, 영상 쇼 등 축하 공연이 펼쳐진다. 식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합수·합토제. 국민 대화합을 상징하는 합수·합토제는 전국 16개 시·도와 이북 5도의 물과 흙을 하나로 모은 합토함과 합수병을 남녀 대표가 중앙 화단에 가져다 놓는 의식이다. 이 흙과 물을 가지고 신임 대통령이 취임식 막바지에 기념 식수를 하게 된다.

김 차기 대통령 입장과 함께 막이 오르는 본행사는 취임 선서·축가·취임사·사열·기념 식수 순서로 진행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신임 대통령의 선서가 끝나면 비둘기 1천5백 마리가 날아오르고 예포가 21발 발사된 후, 성악가 조수미씨의 축가 <동방의 아침 나라>가 이어진다. 이 축가는 스포츠 행사나 민족 축전 때 국민이 함께 부를 겨레의 노래가 필요하다는 국가상징자문위원회(위원장 최창규 전 독립기념관장)의 건의를 받아들인 총무처가 1년 전부터 공모한 노래. 지난 2월14일 최종 심사를 거쳐 이 날 첫선을 보인다.

최대 관심사는 YS와 전·노 전직 대통령의 만남

취임사와 기수단 퍼레이드에 이어 신임 대통령이 ‘화합의 나무’를 기념 식수하면 취임식이 끝난다. 김대중 신임 대통령 내외는 행사장에 참석하지 못한 일반 시민을 위해 의사당에서 마포대교 남단까지 카 퍼레이드를 벌인 후 청와대로 직행한다.

취임식 준비소위 위원장인 김한길 인수위 대변인은 “경제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검소하게, 그러나 50년 만의 정권 교체 의미를 효과적으로 부각하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이번 취임식은 IMF 형 취임식의 전형이 될 것 같다. 당초 레이저 빔을 이용해 남산 봉수대에 점화하려던 이벤트 계획은 7천만원 경비 때문에 취소되었다. 과거 취임식 참가자에게 나누어주던 기념품도 만들지 않았고, 취임식에 맞추어 전국 각지에서 벌이던 행사도 다 없앴다. 그 결과 당초 총무처가 책정한 취임식 예산을 10% 절감하고, 문체부의 부대 행사 예산 3억7천만원을 전액 반납했다.

경비는 줄었지만, 취임식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과거의 점잔 빼기와 달리 밝고 경쾌한 쪽으로 짜였다. 성악가와 대중 가수가 어우러지고, 가곡이나 국악뿐 아니라 가요와 팝도 연주된다. 대선 히트곡으로 떠오른 DJ DOC의 과, 팝송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가 취임식 전후 배경 음악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취임식 무대도 독특하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게 될 중앙 무대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를 본떠 원형으로 만들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자리는 무대 양쪽에 날개 모양으로 배치했다. ‘화합’과 ‘도약’이라는 취임식의 2대 메시지가 연단에 함축된 셈이다.

이번 취임식의 또 다른 볼거리는 참석자들의 다양한 면면이다.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일본의 나카소네·다케시타 전 총리 등 정계 인사와 마이클 잭슨·스필버그 감독 등 김 차기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스타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무어니 무어니 해도 최대 관심사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이임 대통령의 만남이다.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이 출감한 후 3자가 첫 대면하는 DJ 취임식에서 이들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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