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 후보는 이한동?
  • 최진 기자 ()
  • 승인 1996.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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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용퇴, 이한동 기용’ 시나리오 대두…난관 많아 현실화 의문
 
김종필과 이한동. 아직은 어울리지 않는 한쌍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한 살림을 차릴지 모른다는, JP의 이한동 대타 기용설이 정가의 한 귀퉁이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DJ와 JP 사이의 야권 공조가 여전히 탄탄한 상황에서 도대체 그런 소문은 어떤 근거를 배경으로 유포되고 있는가. 과연 그것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JP는 9월6일 국민회의 창당 1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민회의 당원들로부터 정치판에서는 드문 기립 박수를 세번이나 받았다. 그에게 걸고 있는 국민회의측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풍경이다. 이날 JP는 ‘유종의 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함으로써 대권 공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러나 대권 공조가 곧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JP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할 때는 내년 대선 이전에 내각제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 때부터라는 분석이다. 야권 공조를 대권 공조로 몰고가 결국 자신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려는 DJ의 전략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JP 자신으로 단일화될 가능성도 적다. 이판사판으로 승산이 희박한 독자 출마를 강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직선제가 그대로 실시될 경우 이렇듯 JP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가정 아래 나온 시나리오가 JP-이한동 연대설이다. JP의 직선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바로 이한동 의원과의 연대라는 것이다.

우선 두 사람 사이가 돈독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JP는 사석에서 종종 이의원을 정치 경륜이 풍부하고 능력 있는 재목이라고 칭찬하곤 했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JP는 지난 4·11 총선 때 이의원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요즘 신한국당 지구당 개편 대회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대권 발언, 즉 영남후보 배제론·TK-PK 동맹론·수도권-PK 연대 필승론 등의 핵심은 지역성이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도 지역성이 최대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지역 굴레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주자는 바로 경기 출신인 이의원이다. 언론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때, 이의원이 <동아일보> 회장과 사돈지간이라는 점도 JP 진영의 입맛을 당기게 한다. 그런 이의원을 끌어들여 야권의 단일 후보로 내세우고 DJ와 JP가 일보 후퇴할 경우, 여권의 지역성 공세와 세대 교체론을 한꺼번에 잠재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권 후보를 누를 가능성도 한층 높다. 문제는 권력을 어떻게 분점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JP식 야권 단일화론이다. 청와대의 일부 관계자들조차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JP가 DJ에게 이한동 추대 제의”

물론 이 시나리오는 이의원의 탈당을 전제로 한다. 현 시점에서 이의원의 생각은 반드시 당내 경선에 참여하고, 탈당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의원의 한 측근은 만약 불공정한 경선이 치러질 경우 어떤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치권은 김대통령의 ‘독불장군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의원이 공개적으로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선을 주장한 것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정가의 한 소식통은 그가 목소리를 높인 이면에는 JP라는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의원 진영은 JP와의 연대설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이의원의 한 측근은 “주로 충청도에서 JP가 이한동을 야권 단일 후보로 밀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더라. JP가 사석에서 DJ에게 이한동을 제3의 후보로 내세우자고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며 이한동 추대설을 은근히 즐겼다.

하지만 아직 냄새를 풍기고 있는 수준인 이 가상 시나리오가 실제 상황으로 나타나기에는 난관이 많다. 무엇보다 DJ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고, JP 또한 스스로 뒷전으로 물러날지 의문이다. 게다가 5공 때부터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요직을 두루 거친 이의원은 개혁과는 거리가 멀고 구시대적 이미지가 강하다. 여권 체질이 몸에 밴 이의원이 JP만 믿고 당을 뛰쳐나갈지도 회의적이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 처한 정치권이 어떤 극한 시나리오를 내놓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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