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정대철 설 훈 윤여준 김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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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8.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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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금 받은 정대철 두고 DJ 측근들 “참 생각 없는 사람”

국민회의 정대철 부총재가 올해 들어 두 번째 눈물을 흘렸다. 몇 달 전 경성 비리 혐의로 난생 처음 감옥에 가면서 눈물을 비치더니, 이번에는 어머니를 잃고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정치인 정대철’ 에게 고 이태영 박사는 보통 어머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가장 든든한 정치적 후견인이자 방패막이였던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비주류를 표방하며 사사 건건 김대중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그를 김대통령이 내내 눈감아 준 것도 바로 그의 양친과의 인연 때문이라고 본다. 그의 측근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정치권 안팎에서 동정 여론이 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특히 이대성 파일 유출건과 경성 사건으로 치솟았던 김대통령의 진노가 풀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대통령 내외가 조문한 이후 DJ 측근 사이에서는 오히려 그를 두고 ‘참 생각 없는 사람’ 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한 집안에, 더욱이 정치 자금 문제로 감옥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부의금을 받지 않아야 옳았다는 지적이다. 사소한 얘기 같지만, 진짜 홀로서기에 나서는 그의 험로를 예고하는 것 같다.
설 훈 “당론보다 소신이 우선” 교원 정년 단축에 반기

보통 강심장의 소유자가 아니면, 집권당에서 당론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집권당 주체 세력이라면 두 말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거기에도 예외가 있음을 설 훈 의원이 요즘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여야, 그리고 여여 간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교육 공무원 정년과 관련해 설의원이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가 ‘제발 참으라’ 고 소매를 끌어도 소용이 없다.

여권 핵심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설의원이 기조위원장이라는 요직을 맡고 있는 동교동계 핵심이라는 점이다. 같은 당 소속 이해찬 장관은 다른 사람도 아닌 설의원이 거칠게 반기를 들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과거 야당 시절 당내 비주류가 DJ에게 반기를 들면 앞장서 막았던 사람이 설의원이었다. 그런 그가 요즈음은 DJ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당론을 비켜가자, 당 주변에서는 소신파라는 칭찬과 ‘너무 튄다’ 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윤여준, 대쪽 구애에 못이겨 유학 포기하고 ‘책사’ 노릇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만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의지하는 책사(策士)도 드물다. 그런 그가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기 위해 얼마 전 이총재의 정무특보 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이총재가 끝까지 놓아 주지 않는 바람에 그는 여의도연구소 소장 직을 맡게 되었다. 이총재가 윤씨를 얼마나 신뢰하고 의지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실제로 이총재는 대선 패배 직후 제일 먼저 윤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에도 그는 미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총재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단념하지 않고 집요하게 부탁했다. 그래서 그는 이총재가 정치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돕기로 결정했다.

윤씨는 지난 8월 총재 1차 경선에서 이총재가 과반수를 얻게 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 이총재는 이런 윤씨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여의도연구소를 맡겨 야당에 걸맞는 정책과 전략 개발을 요구한 것이다. 그가 이제까지 교수 출신 인사들이 맡았던 여의도연구소를 맡아 어떤 정책과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야당 공격수’ 김재천 경제청문회에 비상 투입

야당 공격수 김재천 의원이 경제 청문회 멤버가 되었다. 한나라당 청문회 출전 선수가 정해진 뒤 공식적으로는 단 한번도 ‘멤버 교체’ 가 없었지만, 그동안 김의원은 당지도부의 당 운영 행태를 비판하며 청문회 참여를 거부해 왔다. 가뜩이나 청문회 자체를 수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한나라당 처지에서 김의원의 불참은 크나큰 전력 손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대 법대를 나온 뒤 줄곧 정치권에 몸담아 온 김의원은, 경제 전문가들이 즐비한 재경위에서 새로운 국감 스타로 떠올랐다. 주로 조세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그는 재경부 관료들로부터 ‘면도날’ ‘조끼통’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여러 언론과 시민 단체의 국감 평가에서도 김의원은 ‘재경위 베스트 의원’ 으로 빠짐없이 올랐다.

결국 당 지도부와 한나라당 청문회 팀장인 나오연 의원 등의 집요한 설득으로 김의원은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번 청문회에서 김의원에게 할당된 부문은 김대중 정부의 외채 협상 문제점을 밝히는 것과, 환란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야당의 주공격수는 아무래도 김의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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