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 이해찬 박찬종 한광옥 박종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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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8.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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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장관, 국감 스타에서 ‘답변 스타’로 변신

올 국정 감사에서 가장 곤욕을 치른 장관을 꼽는다면 단연 이해찬 교육부장관이다. 이장관은 국감 초반에는 외동딸의 고액 과외 의혹이 불거져 야권의 집중타를 맞았고, 후반에는 교원 정년을 60세로 낮추겠다고 했다가 같은 여당에서조차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다.

하지만 그는 맞을수록 단단한 맷집을 드러냈다. 꼼꼼한 업무 파악에서 말미암는 공세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답변으로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역시 이해찬’이라는 칭찬을 끌어낸 것이다.

한때 장관직 사임론까지 들먹이며 이장관을 몰아붙이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국감을 결산하는 자리에서는 ‘국감을 가장 잘한 장관 중의 한 사람’으로 그를 뽑았다. 그런가 하면 이장관은 텔레비전을 통한 공개 칭찬도 들었다. 한 방송사의 <칭찬합시다>라는 코너에서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칭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다. 야당 시절 국감 스타 대열에서 빠지지 않던 이장관이 여당이 된 후에는 ‘답변 스타’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1억 수수 의심받는 박찬종 빨래하며 ‘귀양살이’

일본에 체류 중인 박찬종 전 의원이 또 구설에 휘말렸다. 지난해 대선 때 박씨가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배재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장회장에게 이런 부탁을 한 이유는, 당시 신한국당 고문이었던 박씨의 탈당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검찰은 배씨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지만, 박씨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작 박씨는 구설에 오르든 말든 요즘 공부에 푹 빠져 있다. 현재 게이오 대학 방문 교수 자격으로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그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본격적인 경제학 공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에 폭탄주를 두세 잔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잘 만큼 애주가였지만, 지금은 딱 끊었을 정도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때‘잘 나가던’ 대권 주자치고는 생활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빨래도 손수 하고, 하루 세끼 식사는 3백∼4백 엔짜리로 때운다.

박씨는 이러한 ‘귀양살이’를 앞으로도 2년 정도쯤 계속할 생각이다. 다음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정치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이 합당할 때 합류를 거부한 박씨는 현재 당적이 없다.
원외 설움 톡톡히 겪는 한광옥 ‘연말 중용설’에 한가닥 희망

요즘처럼 찬바람이 쌩쌩 불 때 정치권에서 제일 추위를 타는 사람은 집권당의 원외 중진이다. 특히 국민회의 한광옥 부총재가 그렇다.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면서도 서울시장 공천에서 밀려나 낙심해 있던 그에게 그나마 용기를 준 것은 민족화해협력협의회(민화협)였다. 한부총재는 이 방대한 민간 통일 조직을 잘 활용해 다시 우뚝 서겠다는 각오로 그동안 부지런히 뛰었다. 그런데 최근 제2 건국위원회가 한나라당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 민화협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민화협이 당장 뚜렷이 추진할 만한 목표도 없는 상태다.

고민 끝에 한부총재는 이회창 총재를 만나 민화협에 한나라당이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한부총재는 이런 상황에 개의치 않고, 최근 조선대 초청 강연에 나서는 등 지난 여름부터 해온‘강연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묵묵히 찬바람을 맞으며 뛰고 있는 한부총재가 내심 기대하는 것은 얼마 전부터 정가에 나돌고 있는 연말 중용설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당 주변에서는 권노갑 전 부총재 당무 복귀설과 함께 한광옥 중용설이 꽤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박종웅은 한나라당 갈릴레오? 일편단심 ‘금강산 관광 지지’

요즘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은 주변으로부터 중세의 천문학자 갈릴레오와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박의원은 얼마 전 국감에서 당론과 달리 현대의 금강산 관광 사업을 지지한다고 밝혀 언론의 눈길을 끌었으나 당 지도부로부터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한 남북 교류가 활성화해야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혹독한 박해를 감수하고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박의원은 당의 사활과 관련된 당론만큼은 따르는 것이 당인으로서의 도리라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당의 사활과 관계없는 사안이 허술하고 잘못된 과정을 거쳐 당론으로 결정된다면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11월22일 소신껏 금강산 관광을 떠난 그가 돌아와서 같은 당 동료 의원들에게 어떤 감동적인 여행기를 들려주어 그들을 금강산으로 가게 만들지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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