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판세 가를 TV 토론
  • 李叔伊 기자 ()
  • 승인 1998.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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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판세 가를 TV 격돌 네 차례… 고 건 ‘여유’ 최병렬 ‘적극’
D데이는 5월20일이다. 고 건 대 최병렬. 6·4 지방 선거의 하이라이트이자 ‘꼬마 대선’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의 후보간 첫 번째 텔레비전 토론이 바로 이날 방송될 예정이다. 이날 토론은 KBS·MBC·SBS 방송 3사가 합동으로 생중계하며, 6월1일부터 3일까지는 SBS·KBS·MBC 순으로 방송사별 토론회가 이어진다. 이 일정대로라면 보름 사이에 방송 3사 합동 토론회가 한 번, 방송사별 토론이 세 번으로 공식 토론만 네 번이 치러지게 된다. 따라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 역시 지난 대선에 이어 ‘미디어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최초 맞대결 텔레비전 토론

국민회의 고 건 후보나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 둘 다 투표를 한 달밖에 남겨두지 않고 공식 후보로 선출된 터여서, 양측은 텔레비전 토론이 단기간에 전체 서울 시민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꼽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서울 시민들에게 아직 두 후보의 이미지가 확실하게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첫 번째 텔레비전 토론이 서울시장감을 판단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또 하나, 이번 서울시장 텔레비전 토론이 흥미로운 것은 한국 선거 사상 최초로 양자간 맞토론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95년 6·27 서울시장 선거 때나 지난해 대선 때는 후보가 세 사람이어서, 시간 안배나 쟁점 분산 때문에 토론다운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 건 대 최병렬이라는 양자 구도로 압축되어 어느 때보다 불꽃 튀는 설전이 예상된다.

두 후보 가운데 텔레비전 토론에 더 적극적인 쪽은 최병렬 후보 진영이다. 현재 인지도 면에서 6 대 4 정도로 고 건 후보에 밀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최후보측은, 인지도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려면 매스컴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후보측은 5월20일 이전에라도 개별 방송사가 기획하는 텔레비전 대담 등에 무조건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고 건 후보측은 텔레비전 토론 참여를 최대한 늦추려 한다. 표면적으로는 경제 사정도 안 좋은데 선거 분위기를 조기에 과열시킬 우려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속내는 ‘부자 몸조심’하는 측면이 많다. 어차피 지지도에서 고후보가 성큼 앞서가는 마당에 일찌감치 텔레비전에 나서 상대에게 공격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후보측이 최근 성명을 내고 고후보가 텔레비전 토론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공격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텔레비전 토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최후보측은 준비에서도 한 발짝 앞서가고 있다. 선거 운동 조직은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낸 윤여준 선거기획위원장을 필두로 기획·조직·홍보 팀으로 짰으며, 텔레비전 토론은 홍보팀이 주관하고 있다. 10여 명의 홍보팀을 이끄는 장병기 국장은 KBS 보도국과 국제방송교류재단을 거친 방송 전문가로, 지난 대선 때 최후보와 함께 이회창 후보의 텔레비전 토론을 담당했다. 장국장은 텔레비전 토론을 통해 최후보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위기관리자라는 이미지를 여과 없이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후보측은 요즘 최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유머 감각을 살려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후보측에서는 지난 대선 때 김대중 대통령의 텔레비전 토론을 성공작으로 이끌어낸 김한길 의원이 또다시 방송대책단장을 맡았다. 김의원은 김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통에 뒤늦게야 고후보를 위한 토론팀을 꾸리기 시작했지만, 텔레비전 토론에 관한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단기간에 준비를 끝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정동영 기획단장은, 고후보의 강점이 청렴과 소신과 능력이라고 말했다.

저마다 ‘서울 전문가’임을 강조하는 고 건과 최병렬. 누가 진짜 서울시장감인가를 평가받게 될 텔레비전 결전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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