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때 만세 부른 보좌관 내쳐라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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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노조, ‘살생부 작성설’…“역적당 출신들 몰려와 불만 폭발”
난데없는 ‘살생부’가 정가를 또 한번 뜨겁게 달굴 뻔했다. 이번에는 열린우리당 노동조합판 살생부이다. 지난 7월22일자 중앙일보는, 최근 출범한 열린우리당 노조(위원장 김완수)가 소속 의원 50여 명에게 보좌진 경질을 촉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몸 담았던 이들의 전력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노조가 이 문제를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50여 명에 이르는 살생부 명단을 작성했다거나 이들에 대한 경질을 촉구했다는 대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흥미있는 것은 ‘살생부’가 언론에 알려진 시점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공교롭게도 보좌진협의회 초대 회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창당된 지 9개월 만에 구성된 열린우리당 보좌진협의회는 거대 여당답게 보좌관·비서관 8백50여 명을 거느린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회장 선거에 처음 출마를 선언한 사람이 민주당 김영환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조 아무개씨였다. 이에 토착파 열린우리당 보좌관들이 위기의식을 느꼈다.

386 출신 의원실에서 일하는 한 보좌관은, ‘우리가 어떻게 만들고 지켜온 당인데, 탄핵안 가결 때 만세 부르던 사람들에게 넘겨줄 수 있나’라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토착파가 순식간에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열린우리당 창당에 공헌한 당직자들도 자리를 못 잡아 떠도는 판국에 역적당 출신들이 자꾸 밀고 들어오는 데 대한 불만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전대협 출신인 강 아무개 보좌관을 대항마로 내세워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시켰다.

이번 살생부 소동은 열린우리당이 최근 제기하고 있는 친일 청산 논란과 묘하게 닮은꼴이다. ‘생계형 부역은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마녀사냥 반대론에서부터 ‘보좌관이라면 반(半) 정치인이나 다름없으므로 과거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근본 청산론에 이르기까지, 대립은 첨예하기만 하다. 굳이 따지자면 과거사 문제를 제기한 시점과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의심하는 한나라당식 프레임이 엄존한다는 것 또한 양자가 닮은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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