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용일까, 대선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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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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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 체제 맞은 차기 주자들 '표정' 각양 각색

"당내용인지 대선용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중권 대표 지명을 보면서 한화갑 최고위원의 측근이 한 말이다. DJ의 의중과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차기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김대표 지명 이후 차기 주자군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대표 등장은 '차기' 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이인제 최고위원 독주 체제가 김중권·이인제·한화갑 등의 다룡(多龍) 체제로 변할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영남 후보론이 떠오를 가능성이다. 세 번째는 후계 논의가 앞당겨질 가능성이다. 물론 DJ 직할 체제인 김대표 체제는 차기 논의를 최대한 늦추려 할 것이지만, 김대표에게 무게가 실릴수록 차기 논쟁 또한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능성 모두 유일한 대안이던 이인제 최고위원에게 타격이 된다는 점에서 이위원 진영의 긴장감은 매우 높다. 더구나 든든한 후원자였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마저 2선으로 후퇴했다. 김대표 지명 사실이 발표된 직후 이위원측이 '전당대회에서 추인한 대표를 바꾸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반발할 태세를 보인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이위원측은 초기 반발감을 누그러뜨리면서 관망 상태로 들어갔다. 이위원도 "총재가 결단을 내렸는데 당원들이 무슨 말을 하겠느냐"라면서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내심 김중권 체제가 임시 변통일 뿐이고, 머지 않아 정계 개편 국면이 닥치면 이위원에게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은 12월21일 "기회주의자는 포섭 대상이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면서 김대표를 정면 공격했다. 이는 영남 주자 차별화를 노린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장관 처지에서 보면 김중권 체제 등장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 한 측근은 김원기 최고위원이 대표를 맡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하면서도, "백제 연합보다는 동서 연합으로 차기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영남후보론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영남후보론이 대세가 될 경우 김대표보다는 '대중 정치인'인 노장관에게 경쟁력이 더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김근태·정동영 최고위원은 아직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근태 위원은 "국민 정서를 다독일 수 있는 당직 개편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라며 김중권 체제에 간접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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