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치 사이트 증가 일로
  •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 승인 2001.04.0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 입안에 영향력 행사 등 직접 참여 공간 늘어난다


앞으로는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 유권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다. 현역 지역구 의원 2백27명에 대한 신임 투표도 실시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국회의원에게는 지역에 관계없이 불신임표를 던질 수도 있다. 물론 모두 인터넷에서 가능한 일이다.

사진설명 사이버 정치 : 정치 사이트에서는 불신임 투표도 할 수 있다.

지난해 16대 총선 이후 침체했던 인터넷 정치 사이트가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네티즌의 정치 참여 공간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3월26일 문을 연 보트코리아(www.votekorea.net)는 국회의원·정부기관·자치단체와 네티즌을 직접 연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김홍신 의원은 입법 준비 중인 의료기관평가제 법안을 이 사이트에 올려 네티즌과 관련 전문가들의 토론을 거쳐 법안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보트코리아에는 현재 현역 의원 29명과 의원 보좌관 40명이 참여하고 있어 이러한 네티즌의 정책 참여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아이워치코리아(www.iwatchkorea.com)는 전문적인 인터넷 투표를 실시해 네티즌이 참여할 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다. '오늘의 투표'에는 매일 5개 쟁점을 투표 안건으로 띄우고 있으며, 중요 쟁점을 다루는 '기획 투표'에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남북 문제와 관련한 세부 설문 5개를 올려놓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인 검증 시스템도 한 단계 발전했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는 포스닥(www.posdaq.co.kr)이다. 국회의원과 행정부 각료 등 여야 정치인 2백91명을 주식 종목으로 올려놓고 사이버 매매를 하는 이 사이트에는 정국 상황이 민감하게 반영되고 있다. 지난 3월22일에는 의료보험 재정 파탄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1위를 지켜온 김대중 대통령이 2위이던 이회창 총재에게 잠시 추월당하기도 했다.

새롭게 단장한 폴컴(www.polcom.co.kr)에서는 특별 이벤트로 3월23일 정오부터 전국 2백27개 지역구 의원들을 대상으로 신임 투표를 시작했다. 폴컴은 매주 베스트·워스트 정치인을 선정하는데, 지난주에는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해 주목된 김원기 민주당 최고위원이 베스트 정치인에, 각종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심규섭 의원이 워스트 의원에 선정되었다.

인터넷 정치 사이트의 기본 기능이라고 할 정보 제공 서비스도 질과 양 모두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다. 이 방면의 대표 주자는 지난해 8월 문을 연 정치 전문 웹진 이윈컴(www.ewincom.com)이다. 각종 언론 기사와 각 정당의 논평, 여론조사 결과 등 정치와 관련한 웬만한 정보는 모두 올려놓았다.


네티즌, 정치 사이트에 관심 많지 않아




아이워치코리아에서는 색다른 정보도 눈에 띈다. 20여 년 동안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한국 관련 부서에서 일했던 이용수 박사의 코리아 리포트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1970∼1980년대 한국 정치 비사를 볼 수 있다. 가령 1987년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6·29 선언 수용을 거부하자 김진선 전 육군참모총장이 만일의 경우 미국이 노태우씨 가족의 해외 망명을 보장하기로 했다는 안을 들고 설득했다는 비화가 실려 있다.

이렇게 정치 사이트들이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골치 아픈 문제는 역시 돈이다. 사이트 자체로는 수익을 얻기가 어려워 대부분 정치인 홈페이지 제작 따위 수익 사업을 별도로 벌이고 있다. 이윈컴의 경우 선거 컨설팅 경험을 활용해 대림아파트 재개발 조합원 선거 컨설팅을 맡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정치 사이트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는 것이 이들이 안고 있는 최대 고민이다. 다양한 서비스로 이를 개선해 보려 하지만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보트코리아 천호선 대표는 "현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정치 사이트 역시 고전할 수밖에 없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