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최고 덕목은 경영 능력"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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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장 평가 '전국 1위' 김혁규 경남도지사 인터뷰


민선 3기 단체장을 뽑는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6월27일로 꼭 1년 남았다. 정가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선거에 누가 출마할지, 이 선거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인물이 김혁규 경남도지사다. 마지막 관선 도지사와 민선 1·2기 도지사를 거친 그는 지방자치 단체장 평가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이 성공으로 말미암아 숨어 있는 차기 주자감으로도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동할 경우 김지사가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YS 직계 가운데 가장 상처를 덜 받은 인물인 데다, DJ 역시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도지사가 좋은 소리 듣기 힘든데, 높은 인기를 누리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저는 취임하면서 도민들을 경제적으로 풍요하게 만드는 것, 신바람 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 두 가지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 도가 외국 기업을 가장 많이 유치했고, 전국 무역 수지 흑자의 54%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거기에 경남의 공기업 사장 여덟 명을 모두 공채해 공직 사회의 분위기를 확 바꾸었지요. 아마 이런 변화에 도민들이 점수를 후하게 주시는 것 같습니다.


내년 지방 선거에도 출마하실 건가요?


철저하게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따르려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그동안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하려면 한번 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오래 하는 것 아니냐, 지겹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김지사가 YS계라며 이회창 총재가 공천을 안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일부에서 이총재와 제가 사이가 좋지 않다고 얘기들을 하는 모양인데, 우리 관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있다면 총재 주변 사람들이 보고를 잘못해 오해가 생긴 것이겠지요.


이총재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김지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정치 현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는 최선이 있어도 결국 여러 의견을 조정해 차선을 선택하게 되는 '타협 정치'인데, 한국 정치권은 무조건 자기 중심으로만 움직이려고 하니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당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정당이 움직이면 국민의 지지를 못 받습니다. 그러니까 '제왕적 총재' 얘기가 나오는 것이지요.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이총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저는 지방에서 살림 사는 사람이어서 거기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잘 알아서 판단하겠지요.


김지사께서는 어떤 인물이 차기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경영 마인드가 가장 중요합니다. 요즘은 정상회담을 해도 뒤에는 다 무기 구입이니 고속철도 수주니 하는 비즈니스 문제가 걸려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과거 지도자는 카리스마가 있으면 됐지만, 21세기에는 경영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최근 한 강연에서 민선 자치단체장이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조금만 실수해도 그 파장이 엄청납니다. 따라서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을 때 '저 사람이면 실수를 안 할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지방 자치를 통해 검증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경우 주지사로서 검증된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지 않습니까? 멕시코 폭스 대통령도 멕시코 시장을 지냈고, 프랑스 대통령도 파리 시장 출신입니다. 타이완 천수이볜도 그렇고요.


하지만 지자체 단체장들은 전국적 인물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건 언론 탓이 큽니다. 언론이 지나치게 중앙 사건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지역의 주요 사건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우리 도는 최근 일본에서 2억1천만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2천명이나 고용 창출을 하는 엄청난 뉴스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신문 구석에 조그맣게 보도되고, 서울의 한 은행이 5천만 달러 차관을 들여왔다는 기사는 대문짝만하게 났더군요. 차관 유치는 결국 이자를 주는 일인데도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 활동 재개를 놓고 찬반 양론이 분분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YS 처지에서는 (정치 활동에 대한) 욕망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회 척결이나 금융실명제 실시 등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여러 가지 일을 추진했는데, IMF가 터지면서 공은 다 덮이고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됐거든요. YS는 이 부분에 대해 억울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겁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밝히겠다고 했는데, 영향력이 있을까요?


부산·경남 지역 여론조사를 보면 YS가 대권에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나더군요. 물론 비율은 15% 정도로 높지 않은데, 그래도 이 정도면 당락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YS가 '영남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 이후 김지사가 대권 후보로 부쩍 많이 거론됩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습니까?


도지사 일이 바쁘고, 도민들의 사랑과 성원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당분간은 업무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도민들 중 일부가 나라 경제가 어렵고 정치권의 도덕성도 문제가 되고 하니까 '우리 도지사 같은 사람이 나라 경영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얘기를 하나 봅니다. 그래서 요즘 언론에 김혁규 대선 출마론이 나오는 모양이에요. 분명히 말하지만 자가 발전은 아닙니다(웃음).


'영남 후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1세기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고루 갖추고 있다면 굳이 특정 지역 인사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봅니다. 다만 지역 감정을 치유하려면 3김이 서로 화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8개 시장·도지사가 지역 감정을 없앤다고 아무리 함께 모여봤자 소용없는 일이지요. 이런 얘기를 DJ와 YS 양쪽에 다 했으니 잘 되겠지요.


하지만 햇볕정책이나 언론사 세무 조사 문제를 놓고 YS가 DJ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과연 타협이 가능할까요?


두 분은 워낙 단수가 높아서 저 같은 하수는 알 수가 없지요. 하지만 오늘의 적이 내일 동지가 되고 필요하면 합치는 것이 정치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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