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 보선 압승한 이회창 "부자 몸조심하자"
  •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 승인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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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 보선 완승해 대세론 '창창'…
여권 '최후 승부' 경계하며 비전 만들기 골몰
이회창 대세론이 또 한 고비를 넘었다. 10·25 재·보궐 선거 직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한 측근은 "이번에 압승해 두 가지 고민을 덜게 되었다"라고 한시름 놓았다. 우선 한나라당의 구심력이 한층 강해졌다. YS-JP 연대 움직임 등 외환(外患)이나 내부 반란의 가능성이 한결 엷어진 셈이다. 수도권에 대한 불안감도 어느 정도 떨쳤다. 그동안 이회창 대세론이 영남의 반DJ 정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수도권에서 감점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 두 곳에서 승리함으로써 대세론이 수도권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리라는 기대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는 이제 가파른 대여 투쟁에 치우치지 말고 호흡 조절을 해야 한다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난다. 그러나 앞으로 1년 2개월 동안 이회창 대세론에 아무 변수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프로 야구에 빗대자면 이총재가 정규 리그 1위는 굳힌 셈이다. 그러나 정규 리그 1위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최종 승부에서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DJ 당적 이탈 요구하면 오히려 손해"


이총재측은 여권이 내밀 반전 카드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우선 이총재 흠집 내기가 한층 강화되리라고 본다. 이총재의 한 핵심 측근은 "주진우·김무성 의원 등 이총재의 자금줄이 될 만한 주변 인물들을 치밀하게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JP의 얘기처럼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민심은 강자를 견제하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이총재 개인에 대한 공세가 먹힐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권이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로 정국 반전을 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긴장하고 있다. 이회창 대세론이 반DJ 정서를 자양분으로 삼아 왔기 때문에, DJ가 아닌 차기 후보를 중심으로 여권이 새롭게 재편되면 대세론은 또 한번 고비를 맞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후보가 일찍 나오는 것이 좋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파트너가 일찍 정해지면 그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후보가 조기에 드러나면 여권의 내분이 그만큼 빨라지고 심각해지리라는 기대도 있다.


한나라당이 가장 경계하는 카드는 여권의 '벼랑끝 선택'이다. 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여권이 DJ 당적 이탈→3김 공조→영남 후보 등 '반창 최대공약수'를 찾는다면 이회창 대세론에 최대의 도전이 되리라는 것이 이총재측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그동안 권력 기관으로 하여금 대선에서 중립을 지키게 하려고 DJ에게 당적 이탈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이 문제를 먼저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경제 비전 정리해 책으로 펴낼 예정


이런저런 변수가 있지만 이총재측이 가장 관심을 쏟는 대목은 이총재의 비전 문제이다. 그동안 반사 이익에 기초해 대세론이 형성되어 왔지만 이총재에 대한 국민들의 직접 지지는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이총재가 나라를 맡으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길만이 반DJ 민심을 이회창 지지로 결속할 수 있다는 것이 이총재측 판단이다.


우선 경제 문제에 대한 보따리부터 풀어 놓을 예정이다. 이총재는 최근 '앞으로 최소한 20년 간은 평균 6% 성장률을 올려 고성장의 추월선에 진입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를 두고 "그냥 해보는 정치적 발언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분석하고 나름의 추진 방안을 가다듬어 내린 결론이다"라고 설명했다. 올 연말께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이총재의 경제 비전을 정리해 책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또 여권 후보가 세대교체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 후보가 미래지향적 비전을 내놓을 경우에 대비한 전략도 가다듬고 있다.


대선 승부는 지난 정권에 대한 평가보다는 후보의 경쟁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총재는 이제 여권의 얼굴이 DJ에서 차기 후보로 바뀌기 전에 반DJ 민심을 이회창 지지 민심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여권의 대응에 따라서는 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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