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을 공략하라!”
  • 고재열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2.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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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 주자들, ‘줄세우기’ 경쟁…조영남 놓고 다투기도
"god가 세계를 제패하기 바란다.” 지난 2월9일 ‘god·신화의 미아찾기’ 공연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민주당 이인제 고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이날 방문을 통해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그룹 god와의 친분을 과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고문의 god 콘서트장 방문에 가장 놀란 곳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진영이었다. god는 이총재가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찜’해 놓았던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총재는 god와 함께 식사하기도 했었다.


이회창은 ‘유승준 병역 시비’로 반사 손실





이고문 진영은 내친 김에 드라마 <태조 왕건> 주연인 최수종씨와의 만남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고문 이미지를 왕건에 결합해 민주당 경선 구도에서의 우위를 확실히 굳히기 위해서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사극 <용의 눈물>이 정권 교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다른 대선 예비 주자들도 ‘연예인 줄세우기’에 열심이기는 마찬가지다. ‘수다맨’ 강성범씨가 사회를 본 한화갑 고문 후원회에서는 가수 설운도씨가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구었고, 김중권 고문 후원회에는 가수 주현미씨가 출연했다. 아나운서 유정현·손범수 씨가 사회를 본 김근태 고문 후원회에는 가수 이선희씨와 코미디언 엄용수씨가 공연했다.


연예인들이 먼저 나서 특정 대선 예비 주자에 대한 지지를 천명한 경우도 있다. 민주당 노무현 고문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12월17일 영화배우 문성근·명계남 씨를 비롯해 문화예술인 1백10명이 노고문 지지 선언을 했다. 비록 선언에 참가한 사람 중에 대형 스타는 없었지만 제작자나 감독이 많이 있어 언제든지 ‘실탄’이 될 수 있는 스타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노고문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선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DJ DOC과 찍은 ‘DJ와 춤을’ 광고를 통해 큰 효과를 본 이후 대선 예비 주자들은 대중 연예인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대중 연예인을 끌어들여 호감도를 높이려는 예비 주자들의 지나친 경쟁은 주변의 눈쌀을 찌푸리게도 만든다. 부부가 모두 사극의 주연을 맡고 있는 유동근·전인화 부부가 대표적인데, 민주당 김중권 고문과 한화갑 고문은 이들 부부가 서로 자기와 더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고문과 한고문은 <화개장터>로 동서 화합을 노래한 가수 조영남씨와의 친분 관계를 놓고도 다투고 있는데 둘 다 후원회에 조씨를 초청했다.


이처럼 민주당 예비 주자들이 연예인들을 정치의 중심에 불러들이면서 ‘반사 손실’을 본 사람은 이회창 총재이다. 1월까지만 해도 연예인과의 관계에서 이총재는 느긋한 입장이었다. 새해 첫날 이총재는 가수 설운도, 탤런트 임채무, 코미디언 한 무 등 연예인 20여명의 세배를 받았다. 이들의 주선으로 이총재는 폐암 투병 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씨도 방문해 위로했다.


그러나 가수 유승준씨의 병역 파문이 일면서 전세가 역전되었다. 민주당 김근태 고문은 지난 2월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유씨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총재 아들들의 병역 면제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김고문은 북한을 테러 국가로 묘사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을 거부한 배우 차인표씨 얘기를 꺼내 이총재의 보수적인 대북관도 공격했다.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대선 주자와 연예인의 관계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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