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신당’ 닻은 올렸지만…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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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자금 열세 안은 채 ‘미래연합’ 서둘러 출범…‘순항’ ‘좌초’ 가능성 반반
박근혜 신당이 지난 4월26일 ‘한국미래연합’(미래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닻을 올렸다. 시작은 초라했다. 발기인 대회는 63빌딩 55층 거버너스 챔버에서 오찬을 겸해 간단하게 열렸다.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신송센터빌딩에서 열린 사무실 개소식에도 보도진말고는 불과 30여명만이 참석했다.



이렇듯 박의원 주변이 썰렁해진 것은 전반적인 정치 환경이 박의원이 올 2월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와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탈당 당시 20%대를 맴돌았던 박의원 지지도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떠오르며 10%대로 떨어졌다. 박의원의 탈당을 부추겼던 김윤환 민국당 대표는 ‘영남 후보 단일화’ 논리를 내세우며 박의원과 거리를 두고 있다. 게다가 근거지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오히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표가 몰리고 있는 흐름마저 엿보인다. 애초 지방 선거 이후 창당을 모색하던 박의원이 생각을 바꾸어 창당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이런 흐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미래연합을 ‘벤처 정당’이라고 부른다. 10명도 채 안 되는 사무처 직원, 기존 정치권에 몸 담고 있는 인사들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 발기인 명단. 그렇다고 든든한 조직이 있거나 자금이 많은 것도 아니다. 발기인 대회 직전 박의원은 지역에서 신망받는 인사들을 모실 것이라고 운을 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 사람이다 싶게 눈에 띄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






지방 선거 이후 상황 변화가 운명 결정


그러나 대선 정국에서 이런 퍼즐만으로 박의원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박의원이 최소한 10%대의 고정 지지표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표로 따지면 3백만 표에 가까운 수치이다. 박의원 비서실장인 정윤회씨도 “조직도 없고 활동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 정도이다”라며 앞으로 지지도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장담했다. 박의원 스스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대통령을 만드는 캐스팅 보트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 선거 이후 예상되는 정치권의 지형 변화도 박의원에게 새로운 기회를 안겨 줄 수 있다. 박의원이 “앞으로 정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기대감의 발로이다. 정가에는 벌써부터 박의원의 행보와 관련해 자민련 김종필 총재-민주당 이인제 의원과 함께 ‘중부권 신당’으로 거듭날 가능성, 대선 막바지에 한나라당과 다시 손잡을 가능성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의 상황 변화도 중요하지만 박의원의 말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박의원의 한 측근은 탈당 이후 발 빠르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해 정국에서 소외되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호소력 있는 내용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박의원 지지층은 노무현-이회창 양강 구도에 빨려들어가 급속히 분해될 수 있다. 이미 여야는 ‘영남 후보 단일화’ ‘민주당 2중대’ 논리를 앞세워 박의원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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