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너무 나선다?
  • 이숙이 기자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2.05.0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외 행사 ‘홀로 참석’ 늘어…DJ 건강 이상설과 맞물려 ‘구설’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올라오는 뉴스레터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업무에 복귀한 4월15일 이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희호 여사의 일정이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4월26일자 뉴스레터는 거의 이여사 소식으로 채워져 있다.





이여사는 4월25일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개막식에 명예대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초 대통령 부부가 함께 가기로 했었으나 김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아 이여사만 참석했다. 이여사는 또 5월8∼10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어린이특별총회에 정부 대표단 수석대표 자격으로 참석하게 된다. 대통령 부인이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국제 외교 무대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역시 의료진의 건의에 따라 김대통령은 안 가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렇듯 국내외 행사에 이여사가 김대통령 대리자로 자주 나서자 세간에는 두 갈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김대통령의 건강이 정말 좋지 않은가 보다’ 하는 걱정이고, 다른 하나는 ‘왜 하필 이희호 여사냐’라는 불만이다.



청와대 “대통령, 월드컵 앞두고 체력 비축중”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건강이 더 나빠진 것이 아니라 국가 대사인 월드컵을 앞두고 체력을 비축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때가 되면 피할 수 없는 일정이 쏟아지기 때문에 그 전에 무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희호 여사가 유엔 총회 수석대표로 나가게 된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었다. 김대통령과 이여사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부부와 함께 오랫동안 유니세프의 ‘어린이 보호 서약운동’을 주도해 왔고, 이번 총회에는 세계 75개국에서 국가 원수나 국가 원수의 부인(9개국)이 수석 대표로 참석하는 만큼 우리도 격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이여사의 활동 폭이 넓어지는 데 불만이 높다. 가뜩이나 대통령 아들들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자중해야 할 이여사가 왜 더 나서느냐는 지적이다. 한 여권 인사는 “아들들도 문제지만, 영부인도 표적이다. 야당이 어떡하든 ‘영부인 게이트’로 몰고 가려는 판국에 왜 굳이 시빗거리를 제공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와대 출신 한 인사는 이여사가 똑똑하고 발도 너르지만, 거꾸로 세상 물정이나 밑바닥 여론에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취임 초기 이여사가 청와대 안살림을 돕는 아주머니들의 월급 수준을 맞추지 못해 참모들이 난처해 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여권에 총공세를 펴겠다고 천명한 한나라당은 이번 이여사의 방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직자들은 벌써부터 ‘이여사가 홍걸씨를 만날지도 모른다’ ‘뉴욕에서 사라진 최성규 전 총경과 접촉할 수도 있다’는 식의 흠집 내기 추측을 흘리고 있다.



홍준표 의원측은 더욱 더 이여사 방미를 주시하고 있다. “이희호 여사가 올해 초 김홍일 의원 병문안차 미국에 갔을 때 외교 행낭 30여 개를 가지고 가 홍걸씨 집 앞에 부렸다”라고 주장해 ‘영부인 게이트’에 불을 당긴 홍의원은, 당시 이여사 짐을 옮긴 가방이 외교 행낭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고, 그때 가져갔던 짐이 대부분 도자기와 접시 같은 선물이라며 청와대측이 사진까지 공개하고 나서는 바람에 주춤한 상태. 홍의원측은 이번에는 정부 공식 대표로 가는 만큼 수하물 검색이 더 느슨하지 않겠느냐면서 이여사 방미를 철저히 감시할 태세다.
이래저래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논쟁은 좀체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