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여러분, 사랑해요”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6.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회창, 언론 향한 ‘구애’ 뜨거워…“거리 두기 필요” 비판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서청원 대표가 언론에 대한 ‘구애’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언론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인 고려와 이후보 이미지 변신 전략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중앙 일간지 기자 ㅊ씨는 얼마 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이후보의 전화를 받았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사를 읽으며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세밀하게 취재했는지 놀랍습니다. 여하튼 고생이 많습니다.…”



이후보는 ㅊ기자에게만 전화한 것이 아니었다. 이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각 언론에는 이후보의 성장 과정이나 이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비교하는 기사가 많이 실렸다. 이들 특집 기사를 쓴 기자들은 거의 대부분 이후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후보가 “한식구로서 너무 애쓰셨다”라며 기자들을 ‘한식구’로 표현한 적은 있었지만, 취재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이 일은 한나라당 기자실에서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회창 기사’ 쓴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



기자들을 대하는 이후보의 태도에 뚜렷한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이다. ‘낮은 곳으로’라는 모토로 지방에서 열흘 이상을 머무르며 일반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던 이후보는 의식적으로 기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기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 ‘차갑다’는 등 이후보에 대해 기자들이 가진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건의가 여기저기서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측의 노력은 나름으로 효과를 거둔 듯하다. 이후보의 한 참모가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얻은 3대 소득 가운데 하나로 ‘이후보에 대한 기자들의 이해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꼽을 정도였다.
당시 이후보를 동행 취재한 한 중앙 일간지 기자는 “이후보는 저녁 때 소줏잔을 함께 기울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며 농담을 나누는 등 기자들에게 인간적이고 정서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라고 평가했다. 당시 호텔에서 잠을 잤던 취재 기자들은 “이래도 되나”라는 말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이후보가 장급 여관을 이용하는 데 대한 심리적인 부담도 느꼈다고 한다.



최근에는 서청원 대표의 ‘통 큰 행보’도 화제이다. 서대표는 5월14일 취임한 이후 부장급은 물론 출입기자들을 1진에서 4진까지 나누어 따로따로 만찬을 했다. 그가 5월 말까지 기자들과 가진 만찬만 일곱 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기자들은 두 번에 나누어 오찬을 했고, 지방지 기자들도 따로 만찬을 가졌다. 그러나 당 주변에서는 많은 돈을 써가며 이렇게 요란하게 취임 인사를 해야 하느냐며 서대표가 무리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의 구애 작전을 뒷받침하는 지원부대는 당 홍보팀이다. 공식 창구인 대변인실을 제외하고도 10명이 넘는 인원이 언론을 전방위로 담당하고 있다. 언론을 전담하는 공보특보만 3명이다. KBS 창원총국장을 지낸 양휘부 특보는 방송을, <한국일보> 편집부국장 출신인 이종구 특보는 편집국장·논설위원 등을, 김영삼 정권 때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박 진 특보는 일반 언론 보도를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언론인 출신인 이원창·고흥길 의원과 금종래 특보도 외곽에서 공보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또 김해수·차명진·권영진·조해진 씨 등 공보 보좌역 7명은 수시로 기자들과 만나 이후보의 입장을 브리핑하는 ‘입’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간·월간 지는 물론 의사협회 사이트 등 사회적인 쟁점을 놓고 논쟁이 일어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챙길 정도로 열심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후보측이 너무 ‘힘’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일부 인사들이 당이나 이후보 주변에 대해 불리한 기사가 나가면 ‘소송’ 얘기부터 꺼내는 등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보의 한 핵심 측근이 “조·중·동을 제외한 전부가 친여 매체이다”라고 규정하는 데에서 나타났듯 언론을 편가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비판 때문인지 최근 한 핵심 당직자는 <조선일보> 등에 의해 이후보의 이미지가 너무 보수적으로 비친 측면이 있다며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