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사위가 힘깨나 쓴다더라”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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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석 변호사, 공천 개입설에 시달려…장인·장모가 각 별히 아껴 자주 구설 올라



정치권에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사위인 최명석 변호사의 이름이 또 등장했다. 이후보의 장녀 연희씨의 남편인 그는 서울지검 동부지청 부부장 검사를 끝으로 지난해 5월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광장’에서 일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기에 이후보 주변에서는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빌라 사건’ 이후 한 번도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최변호사가 다시 정치권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8·8 재·보선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법무법인 ‘바른법률’에 근무하는 권영세 변호사를 서울 영등포 을에 공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때를 전후해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권후보와 최변호사가 친구 사이이고, 권후보가 공천을 받은 데는 최변호사의 도움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몇몇 기자도 비슷한 내용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과연 이 소문은 사실일까.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4년 선후배 사이(권변호사가 선배)이다. 사시 합격도 권후보는 25회, 최변호사는 28회로 차이가 난다. 따라서 두 사람이 친구 사이는 아니다. 그러나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검찰에서 일할 때 두 번 같이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권후보는 1993년에는 법무부 특수법령과에, 1998년 8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는 서울지검에 부부장 검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바로 이때 최변호사와 함께 근무했다.



권후보는 “가끔 최변호사를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그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친분이 있는 한나라당의 검찰 출신 의원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던 그는, 공부를 더 할 생각으로 2000년 7월 미국 유학을 떠나 지난 6월15일 귀국했다. 그와 친한 한나라당의 한 검찰 출신 의원은 최변호사가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검찰 선배인 정형근 의원이 권후보를 열성적으로 지원했다고 전했다.



“장인 어려워해 정치 개입 가능성 0%”



최변호사가 공천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경기 하남에 공천을 신청했던 윤상현 한양대 겸임교수가 탈락한 것을 한 반증으로 든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인 윤교수와 최변호사는 그야말로 절친한 친구 사이이다. 만약 최변호사가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윤교수가 공천을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81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윤교수는 “최변호사에게 공연히 부담을 줄까 봐 공천 신청을 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한 하남시 의원과 하남 지역 조기축구회 회원들의 권유로 공천을 신청했던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윤교수는 권영세 후보와도 잘 아는 사이이다.



이후보와 최변호사를 잘 아는 한 법조계 인사는 최변호사가 공천에 개입했을 가능성은 0%라고 단언했다. 최변호사는 검사 직을 그만둘 때 이후보에게 상의조차 하지 못했을 정도로 장인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공천에 개입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뿐더러 이후보가 용납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정황으로 볼 때 최변호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소문은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이나 경쟁 후보측이 의도적으로 소문을 확대 재생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20일 한나라당 서울 강서 을 조직책으로 은진수 변호사가 선정되었을 때도 이번과 비슷한 소문이 있었으나, 최변호사와 은위원장은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을 뿐 별다른 친분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은위원장은 원희룡·김문수 의원의 추천으로 한나라당과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석하고 친화력 있어 ‘또 하나의 아들’ 구실



그렇다면 왜 자꾸 최변호사의 이름이 정치권에 등장하는 것일까. 진작부터 정가에는 이후보와 한인옥 여사가 최변호사를 각별히 아낀다는 말이 있었다. 그가 똑똑하고 사람을 따뜻하게 다독거릴 줄도 알아 친화력이 부족한 정연씨나 수연씨와는 다른 ‘또 하나의 아들’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풍향에 민감한 사람들이 이런 소문을 그대로 흘려보낼 리 없었다.



많은 사람이 최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는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피해 하와이로 떠났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곳까지 찾아간 사람이 있었을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과거형만은 아닌 것 같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를 만나려고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보 부부가 최변호사 부부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빌라 사건’이다. 빌라 사건이 불거진 당시 경남빌라 302호의 위층인 402호에 최변호사 부부도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를 가까이 불러들인 사람은 한인옥 여사였다. 이후보가 살던 302호의 주인이 최변호사의 아버지 최기선씨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최변호사를 아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검사 같지 않은 검사였고, 아주 착한 사람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검찰 내에서는 ‘최변호사가 검사 시절 조사 과정에서 딱 한번 화를 냈는데 수사관들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말린 적이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후보 주변 일각에서는 착하기만 하고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다면 이리저리 휘둘릴 수 있다며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홍업 사건’ 등에서 보듯 권력자의 친인척 주변에는 온갖 사람이 들끓기 때문이다.



이후보측도 친인척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종구 언론특보는 “민주당의 공세에 대비해 이후보·아들·사위 등 가족과 관련해 나도는 수십 가지 소문에 대해 올 초부터 당이 점검 작업을 했다. 전혀 문제가 없었다. 최변호사도 각별히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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