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당 개혁에 최선 다하고…”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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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추’ 출신 한나라당 김홍신·김부겸 의원 ‘진로 고심’…최악의 경우 탈당할 수도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화제다.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가 지난 1월10일부터 네티즌들로부터 노무현 정부의 장관 후보들을 추천받은 결과, 김의원이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에 1순위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를 문화관광부장관으로 추천한 네티즌도 있었다. 한나라당 의원의 이름이 오른 것은 김의원이 유일했다. 그것도 두 분야에 걸쳐.



김의원은 얼떨떨한 표정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내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놀랐다. 납득이 잘 안된다. 네티즌이 내가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 화두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사실 여야를 통틀어 김의원만큼 노무현 당선자와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의원도 드물다.



2002년 12월31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 있는 음식점 ‘외백’에서는 1996년 15대 총선 이후 김원기·김원웅·노무현 등 당시 민주당 개혁파가 정치 개혁을 주장하며 만든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송년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통추 출신인 김의원은 노당선자와 만났다. 물론 여럿이 어울린 단순한 만남이었다.



어쨌든 그는 대선 이후 노당선자를 사석에서 만난 최초의 한나라당 의원으로 기록되었다. 같은 통추 출신인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이 오해를 살까 봐 일부러 노당선자가 머무르는 시간을 피해 뒤늦게 송년회에 합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나라당 떠나라는 요구 많아



김홍신 의원은 또 이부영·조정무·김영춘 의원 등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 10명이 만든 모임인 ‘국민 속으로’의 조타수 구실을 하고 있다. 김의원은 산파를 자임하며 직접 전화를 걸어 의원들을 모아 실질적으로 이 모임을 태동시킨 뒤 간사를 맡았다. ‘국민 속으로’가 지난 1월12일 지구당 폐지 등을 주장하며 선보인 정당·정치 개혁 방안은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기는 하지만, 김의원의 구상을 많이 반영한 것이다. 이 모임은 민주당 개혁파·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토론회도 열었다.



김의원 홈페이지에는 ‘정말 한나라당다운 한나라당을 만들어 달라’는 글도 올라오지만, 이보다는 ‘무슨 미련이 많기에 아직도 한나라당에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탈당 촉구형 글이나 ‘한나라당에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한나라당을 떠나라’는 협박성 글이 훨씬 많이 올라온다. 어떤 경우든 몸에 맞는 옷을 입으라는 주문이다.



김의원은 일단 한나라당 안에서 끝까지 정치 개혁의 소임을 이루어낸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벽에 부딪혔을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그때 가서 진로를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통추 출신일 뿐 아니라 한때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가 운영하는 ‘팍스코리아나 21 연구원’ 이사이기도 했던 김부겸 의원도 김의원과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그는 당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파국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한나라당이 노무현 당선자와 개혁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당선자의 개혁 작업이 빨라질수록 통추 출신인 두 사람의 속앓이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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