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등 공신들의 ‘당권 경쟁’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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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김원기 의원, 미묘한 갈등·행보



정대철 민주당 최고위원은 1월17일 “노당선자에게 김원기 의원을 총리로 천거했다”라고 밝혔다. 벌써 두 번째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런 정의원의 발언을 당권 경쟁 차원에서 해석한다. 강력한 경쟁자인 김의원을 행정부 쪽에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당권을 놓고 경쟁한다는 설은 여러 차례 버전업되며 증폭되고 있다. 김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당 개혁특위가 ‘2단계 전당대회론’을 주장하자, 정대철 최고위원이 이를 경계하는 듯한 말을 한 것도 당권과 관련지어 해석되었다. 심지어는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와 경기고 출신 개혁파 인사들의 갈등설까지 불거졌다. 과연 두 사람 사이의 경쟁, 혹은 갈등설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정대철 “당장 당대표 맡고 싶다”



두 사람이 노무현 시대 민주당호의 투톱을 맡을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이의가 없다. 현재 당은 정대철 의원이 맡고, 김원기 의원은 정치 고문을 맡을 것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지만, 노당선자의 의중은 확인된 바 없다.
김원기 의원은 지금 당장은 당권에 뜻이 없다. 그는 노무현 정권의 성공적인 안착을 보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말한다. 김의원 측근은 “김의원은 정해진 보직을 맡기보다는 여야를 넘나들며 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이 김의원이 정치고문에 임명될 가능성을 거론했을 때도, 그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런 행보에는 정최고위원과 자신은 급수가 다르며, 경쟁 관계도 아니라는 인식이 은근히 깔려 있다.



물론 김의원도 정치적 욕심이 있다. 그렇지만 총리나 청와대 정치고문은 아닌 것 같다. 2004년 총선 때 공천권이 있는 실질적인 역할을 맡아 자기 정치를 해보고 싶어한다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이는 평생을 비주류 정치인으로 산 그의 숙원이기도 하다. 물론 김의원은 자신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무척 조심하고 있다. 1월 초 그는 여야의 친한 의원 대부분에게 난을 돌렸지만, 신문에 거의 나지 않았다. 그가 적극 나서 막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대철 최고위원은 지금 당장 당대표를 맡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대선 직후부터 선대위 본부장급 인사들과 함께 당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해 왔다. 정최고위원은 최근에는 대미 특사 역할에 몰두하고 있다. 2월 초 출국해서 1주일 정도 머무르다 귀국할 예정. 그러면서도 측근들을 통해 국민통합형 대표로 자신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당내 구주류와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면서도 당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같은 중도 성향 인물이 적임이라는 것. 1월 초 노당선자가 그에게 당을 맡아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런 사실도 당선자 쪽이 아닌 정최고위원 쪽에서 흘러나왔다.



당 주변에서는 정최고위원의 행보를 그의 처지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그는 현정권 초반, 경성그룹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4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4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문제는 대법원이 천만원 수뢰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그는 의원 직을 상실하게 되어 있다. 자칫하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김원기 ‘정대철 재기’는 원해



그래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신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도 30여 년 정치 역정이 겨우 천만원 수뢰 때문에 불명예스럽게 마감되어서는 안된다는 동정 여론이 많다. 그가 기소되었을 당시에는 ‘DJ에게 반기를 들어 보복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을 정도였다. 노당선자나 김원기 의원이 그의 자가발전식 발언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는 까닭도 그가 재기하기를 원해서라는 분석이다.



정대철 위원이 목표대로 민주당의 당권을 쥐고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까. 혹은 김원기 의원이 숙원을 풀어 자기 정치를 할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까. 물론 당권 도전자들의 꿈이 그냥 꿈으로 끝나버릴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소장 개혁파 의원들이 대표나 최고위원제를 모두 폐지하고 원내 정당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여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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