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과 노짱 ‘판박이 인생’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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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참여수석으로 내정된 박주현 변호사(40·사진)를 ‘여자 노무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노당선자와 닮은 성향과 이력 때문이다.
박내정자는 전주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이다. 상고를 졸업한 노당선자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안정된 시기에 기득권을 버리고 새 삶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노당선자가 38세에 잘 나가던 세무 전문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사회운동에 투신했듯 박내정자 또한 38세가 되던 2년 전 변호사 직을 접었다. ‘젊었을 때 잠깐 노력해 얻은 자격증을 15년이나 우려먹었으면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더러 세상을 바꾸는 일에 본격 기여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민변·경실련·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에서 계속 활동해 왔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새로 선택한 직업은 사회평론가(정치 평론이 아닌 정책 평론을 펴겠다는 뜻에서 그녀는 사회평론가라는 직함을 고집한다). 그러나 전업 이후 몇 달간 월수입은 3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원고료 후한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대신 가난한 신문만 상대하니 여러 군데 글을 써도 수입이 빠듯했다. 그렇지만 안티조선 운동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조·중·동에 기고는 물론 인터뷰도 한 일이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그녀의 친동생은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이다). 노당선자와 그의 또 다른 닮은 점이다.



논리적이면서 직설적인 화법 또한 노당선자를 연상시킨다. 전업 이후 방송 진행자로서도 명성을 얻은 그녀는 지난해 한 여성단체가 주관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맹활약했다. 이를 지켜본 한 여성계 인사는 “선배 법조인인 이회창씨의 발언 내용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해 결국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을 보며 노당선자의 청문회 스타 시절을 떠올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특유의 스타일 때문에 그녀를 경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인수위에는 아침 회의에 지각해 당선자를 기다리게 했다는 둥, 상대방 의견을 즉석에서 맞받아쳤다는 둥 그녀를 둘러싼 험담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한 남성 전문위원은 “박내정자의 화법 자체가 워낙 직설적이다 보니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다. 그렇지만 당선자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그녀를 발탁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박내정자 스스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당선자가 현재까지 국민 여론에 귀를 잘 기울이고 있지만 설사 듣지 않으려 하는 날이 와도 끝까지 붙들고 직언을 하겠다”라는 것이 그녀의 다부진 출사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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