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과 크레스트, 어떤 관계이기에…
  • 장영희 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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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주식 매집 때 역할 놓고 추측 구구…김&장측은 “신고 대행만 했을 뿐”
한국 최고 법률 엘리트의 집합장이라는 김&장법률사무소(김&장)가 ‘이해 상충’의 시비에 휩싸였다. 모나코에 있는 소버린자산운용의 100%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이 SK(주) 지분 14.99%를 매집한 사건의 ‘국내 협력자’로 김&장이 지목된 것이다. 만약 적대적 인수 의도를 의심받고 있는 크레스트의 법률 대리인이 김&장이었다면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검찰에 배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주)회장의 법률 대리인이 김&장이기 때문이다. 또 김&장이 SK그룹이나 계열사와 공식 법률 자문 계약을 맺고 있지는 않지만, SK 계열사들은 그동안 세금이나 특허 등 크고 작은 법적 분쟁 소지 건에 대해 김&장에 법률 자문을 의뢰했었다.

&장과 크레스트의 관계는 두 가지 경로로 확인된다. 하나는 4월9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소버린측의 요청으로 만났을 때였다. 장교수는 크레스트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인 소버린의 정체와 주식 매집 목적을 탐문했다. 이 과정에서 장교수가 소버린의 법률 자문 회사가 어디냐고 묻자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관리책임자가 김&장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흐름은 김&장이 외국인투자기업 신고를 은행에 대행했다는 사실이다. 신고를 받은 은행이 산업자원부에 서류를 넘긴 후 산자부에서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다. 현재 김&장측이 확인해주는 사실은 크레스트의 의뢰에 따라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인투자기업임을 신고하는 서류를 본인(크레스트) 대신 해주었다는 것뿐이다. 결국 주식 매집 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장 사정에 밝은 법조계와 재계 관계자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크레스트가 이미 주식을 10% 이상 사들인 지난 4월8일 소버린측이 김&장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소버린측은 투자 목적으로 SK(주) 주식을 사들였다고 설명하고, 법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김&장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해 10% 주식을 취득한 바로 그 시점에 외국인투자기업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미 10%가 넘어 신고 시한을 넘겼다고 조언했는데, 그래서 부랴부랴 다음날인 9일 위임장을 받아 김&장이 신고 대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장은 크레스트가 14.99%를 매집하기까지 두 차례 결국 김&장과 크레스트의 관계는 소버린측이 밝힌 법률 자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한 규정하기 어렵다. 법률 자문의 수준이 턴키(일괄 수주) 방식이었거나 적어도 주식 매집과 관련한 한국법 체계를 알려주는 것이었다면 도덕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 물론 법적으로 이해 상충 여부를 따진다면 안될 수 있다. 변호사법에 원천 금지된 소송의 쌍방 당사자로부터 모두 소송을 맡은 경우가 아니며, ㄱ과 ㄴ의 법적 분쟁에서 ㄱ의 대리인일 때 ㄴ으로부터 다른 건을 수임할 경우 ㄱ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안과도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김&장이 단순 신고 대행에 그쳤다면 김&장이 최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럼에도 김&장측은 이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신고 대행을 전후해 최회장측에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금융계에서는 김&장의 역할이 신고 대행에 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굿모닝이나 삼성증권 창구도 이용되었지만, 주로 도이치증권이 크레스트의 주식 매집 창구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도이치방크가 조언자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귀띔한다. 도이치방크 같은 한국과 거래가 많은 글로벌 투자은행은 투자와 주식 매집과 관련한 한국법 체계를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도이치증권의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고객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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