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기업]영산정보통신
  • 蘇成玟 기자 ()
  • 승인 200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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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정보통신, GVA 기술로 인터넷 원격 교육 시장 선점
컴퓨터 모니터 화면 오른편에 교사의 얼굴이 나타난다. 교사가 강의하며 끄적이는 글씨가 화면 왼편 칠판에 뜬다. 교사가 ‘질문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화면 오른편 아래에 차례대로 적힌 학생 명단 곳곳에서 손들이 나타난다. 교사가 손들 가운데 하나를 클릭하면 그 손 임자인 학생이 자판기로 두들긴 질문 내용이 화면 아래 대화창에 뜬다.

5∼6년 전만 해도 먼 훗날 이야기처럼 들렸을 원격 화상 교육 장면이다. 하지만 이미 영산정보통신(영산)이 개발한 원격 교육 시스템 ‘GVA(Global Virtual Academy)’로 실행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 속의 풍경이다. GVA는 화상·음성·문자·그래픽·동영상 등 다양한 쌍방향 통신 기술에 의해 개발된 솔루션으로서, 멀티미디어 PC와 제반 통신망을 이용해 강사와 수강생을 동시에 연결한다.

시장 80% 이상 장악

영산은 1996년 11월 GVA를 개발한 뒤 1997년 초 교육부의 ‘교원 원격 교육연수원’을 필두로 지금까지 1백30여 개 기업·관공서 및 대학에 이 솔루션을 판매·구축해 왔다. 아직 초창기나 다름없는 원격 교육 시스템 시장을 80% 넘게 장악해, 현재 이 분야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터넷 사용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GVA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영산의 실적은 매출 38억원 당기순이익 6억원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는 매출액 2백40억원 당기순이익 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매출액 가운데 1백50억원이 GVA를 판매해 거두어들일 금액이다. 올해 예상되는 당기순이익 40억원도 매출액에 비하면 적다고 볼 수 없지만, GVA의 높은 부가 가치를 감안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수준이다. CD 한 장에 담긴 이 원격 교육 시스템 솔루션의 값이 1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이 매출액에 비해 적은 이유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비용이 많은 데 기인한다. 사실 영산이 오늘날 각광받는 벤처 기업으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과감한 투자가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다. 인터넷이 대중화하기 전인 1995년부터 벤처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규모인 40억원이나 투입해 2년 만에 개발해낸 기술이 GVA이다.서울대 공대 출신인 곽동욱 사장(37)이 원격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결심한 때는 1995년 초. 1991년 창업한 이후 현대자동차 요청으로 개발 납품한 ‘완성차 성능 테스트 시스템(TECDAS; 1992년)’으로부터 ‘병원용 화상 정보 처리 시스템(PACS;1992년)’ ‘교육용 전자 게시판(BBS;1993년)’ ‘무인 점포 모니터링 시스템’(1994년) ‘보울러 비전’(1995년)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던 때였다.

그렇지만 남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기술을 개발해 해당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곽사장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과도한 사교육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이 계기가 되어 곽사장은 온라인을 이용한 원격 교육 시스템에 착안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정보통신 박람회장을 돌아다녔지만 원격 교육 시스템을 선보이는 기업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곽사장은 더욱 성공을 확신하게 되었다.

곽동욱 사장은, 2000년은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원격 교육 혜택을 받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원격 교육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는 점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20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똑같은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은, 올해 온라인 교육 시장 규모가 약 5백억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2002년 5조원대, 2005년 15조원대로 급신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해 영산이 성장할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해 주었다.

영산은 5월10일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 최대의 교육 포털 사이트 ‘배움닷컴(www.baeoom. com)’의 지분을 40%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영산은 자체 개발한 원천 기술 GVA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포털 사업뿐 아니라, 원격 교육 시스템 장비와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ESP(Education Service Provider) 분야에까지 진출해 미래의 교육 산업을 이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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