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인터넷 사업, ‘거품’도 부글부글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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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등 뒷받침할 실적 미미… 지속 성장 가능성도 불투명
인터넷 사업이 폭발하고 있다. 이를 우주를 생성시킨 빅뱅에 비유해 비트 뱅(bit bang)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폭발한 후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다가도 폭발 에너지가 사그라들면 그만큼 빠르게 수축하는 것이 물리 법칙이다. 인터넷 사업을 팽창시키는 에너지, 즉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면 인터넷 사업에 낀 거품이 단숨에 꺼지게 된다. 인터넷의 탄생지 미국에서도 논란의 초점은 인터넷 거품이 꺼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꺼지느냐이다. <디지털 다위니즘>의 저자 이반 슈워츠는 “소수의 승자와 근근히 연명하는 업체, 그리고 훨씬 더 많은 낙오자가 나오는, 인터넷 경제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사용자가 5백만명이 넘어선 국내 인터넷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인터넷 시장은 현재 미국 못지 않게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몇몇 인터넷 업체들은 밀려드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호황이 낳은 최대 스타인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스는 동양종합금융을 인수해 ‘현실 경제’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터넷 관련 벤처 기업들은 코스닥 시장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여 웬만한 중견 기업 못지 않는 자금력을 자랑한다.

인터넷 사업이 팽창하자 국내 산업은 인터넷 안으로 모여들고 있다. 인터넷은 마치 엄청난 중력으로 주변의 빛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인터넷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소규모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인터넷 상거래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경재 과열되면 수익 급감… 지각 변동 불가피

출판용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휴먼컴퓨터가 좋은 예이다. 출판용 소프트웨어인 문방사우를 출시해 탄탄한 시장을 확보한 휴먼컴퓨터는 인터넷 전자 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있다. 회사 이름을 휴먼컴으로 바꾼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전문 마케팅 사이트인 휴먼포유(www.human4u.com)를 개설하고 갖가지 디지털 상품을 인터넷 상에서 팔고 있다. 휴먼컴은 인터넷 전자 상거래 업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하면 코스닥에 등록할 방침이다.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스와 한국디지털라인 같은 인터넷 회사가 밟아온 길을 따라가는 셈이다.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스의 주가는 올해 6월 중순을 기준으로 지난 5개월 동안 19배나 뛰었다. 한국디지털라인도 15배 폭등했다. 한글과컴퓨터·디지틀조선일보도 각각 9배와 6배나 뛰어 코스닥 장세를 이끌었다. 이 업체들의 주가가 이만큼 크게 뜬 것은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보인 덕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55억4백만원에 그쳤던 거래 규모가 지난 6월 하루 평균 3천7백억원까지 급증했다. 1년 만에 40배나 뛴 것이다.

문제는 이 상승세를 뒷받침할 인터넷 업체의 실적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업을 선도하는 업체 가운데 순익을 내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순익이나 매출 증가 같은 실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은 채 주가만 오른다는 것은 거품이 차고 있다는 반증이다. 코스닥 낙관론자들은 기존 주가를 전망할 때 쓰이는 매출이나 수익 지표가 정보기술 업체의 주가를 전망할 때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기관투자가와 벤처캐피털 들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기꺼이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마저 불투명하다.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스가 60만명, 정보 검색을 돕는 포털서비스 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2백만명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어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갖춘 듯하다. 하지만 정확한 회원 수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품을 노리고 한 사람이 10∼백 개까지 다른 이름으로 회원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터넷 사업은 특허로 인정받지 못하고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 따라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수익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영원한 호황을 누릴 듯하지만 인터넷 사업은 살아 남는 자와 도태되는 자가 판별되는 대조정 국면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 업체 가운데 이같은 격변에 대비하고 있는 업체가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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